매일신문

후계자 사드 건강문제로 촉발

쿠웨이트 왕위 계승 논란

전 세계 원유매장량의 8%를 차지하는 걸프연안의 자원부국인 쿠웨이트가 왕위계승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왕위계승 논란 전말 = 지난 15일 셰이크 자베르 알 아흐메드 알 사바 국왕 사망 후 왕위를 물려받게 돼 있던 셰이크 사드 알 압둘라 알 사바(76) 왕세자의 건강문제가 내홍의 직접적인 단초가 됐다.

지난 97년 결장암 수술을 받았던 사드 왕세자는 현재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8년 이래 총리직을 겸했던 사드 왕세자의 건강은 알 사바 국왕 서거 전부터 쿠웨이트에서 계속 논란이 돼 있다. 쿠웨이트는 사드 왕세자가 신병치료를 위해 영국과 미국을 자주 여행하면서 국정공백 현상이 초래된다는 여론이 일자 2003년 7월 왕세자와 총리직을 분리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총리에 오른 인물이 제1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맡고 있던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현 총리이다. 사드 왕세자는 당초 왕위계승권을 포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알 사바 국왕 사망 후 헌법에 따른 왕위계승 절차를 밟아 24일 즉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웨이트 내각은 23일 사드 왕세자의 건강문제를 들어 전격적으로 퇴위문제를 논의할 것을 의회에 정식 요청했다.

◇왕권 포기 않은 사드 왕세자 = 현지 언론은 1756년 쿠웨이트 왕국이 창건된 이후 지속돼온 왕위계승 전통도 이번 논란의 한 원인이라고 전하고 있다. 최근 서거한 알 사바 국왕까지 13대에 걸쳐 250년을 이어온 쿠웨이트 왕정은 근대 들어 사바 왕가를 이루는 자베르와 살렘 등 두 집안에서 번갈아 왕위를 계승토록 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전임 국왕과 그의 이복 동생인 사바 총리는 자베르 집안이고, 사드 왕세자는 살렘 집안 출신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살렘 집안 출신이 왕위를 계승할 차례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사드 왕세자가 건강문제를 들어 개인적으로 왕위를 포기하려 했으나 살렘 집안 차원에서 반대가 심해 왕위를 승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망 = 쿠웨이트에서는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바 총리가 국왕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살렘가의 반발이다.

의회가 사드 신임 국왕의 퇴위를 결정하고, 살렘가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경우 왕실 내부의 권력투쟁이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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