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인터넷 글만 남기고 '조용한 퇴임'

"고위 공직자가 요란한 퇴임식을 갖지 않고, 직원들에게 퇴임 글을 남기고 떠난 것은 민선 이후 처음있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년8개월간 대구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해 온 김범일 전 부시장의 23일 퇴임 모습이 시청 안팎에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고위 공직자가 퇴임하면 공무원 수백 명에 외부인사까지 참석하는 '요란한' 퇴임식이 일상적이었으나 김 전 부시장은 전혀 다른 퇴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공무원들은 물론, 외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뜻에서 그는 한사코 퇴임식을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퇴임식 대신 김 전 부시장은 시청 직원들의 인트라넷에 '동료 여러분 곁을 떠나면서'라는 글을 올려 심경을 밝혔다. 그는 "처음 부임해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너나없이 밤잠을 설치던 일에서부터 보람과 좌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막상 떠나는 자리에 서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구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경제사정만 호전되면 반드시 살기 좋고 품격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 전 부시장은 "희망의 대구를 만드는 데 공직자와 지역 지도자들이 특단의 각오로 발벗고 나서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공무원들에게 항상 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자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소꼬리를 잡지 말고, 고삐를 잡고 한 발 앞서 가자"는 화두를 던졌다.

이날 김 전 부시장은 전 부서를 찾아 공무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격려한 후 시청사를 떠났다. 차관 자리인 산림청장을 지냈으면서도 아랫자리인 1급 정무부시장을 선뜻 맡았던 김 전 부시장. 부임할 때와 마찬가지로 떠나면서도 그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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