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지역경제 재도약을 위하여

으레 연초에는 한두 개쯤 신년(新年) 계획을 세우게 된다. 평소 애연가임을 공공연히 자랑하던 사람이 금연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혼기가 꽉 찬 노총각이 올해에는 꼭 결혼을 하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해를 맞아 한 해의 포부를 밝히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나 기업 같은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연초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신년사와 더불어 거창한 계획들이 발표되기 마련이다.

특히 요즈음에는 많은 기관들이 새해를 '○○○○의 원년'이라고 선포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면서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년 해당 연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5개년 계획의 세 번째 해로서 예정된 계획을 착실히 수행하고 지금껏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다' 라는 다소 소박한 신년계획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최근 원화 환율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은 대체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를 밝게 내다보고 있다. 수출이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그동안 완만한 회복에 머물던 소비 및 투자도 회복세가 진전되어 잠재성장률 수준인 5% 가까운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년 중 지역경제 또한 전반적인 경기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면 수출과 내수 부문간의 양극화 현상이 어느 정도 개선되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형편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지역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부진이 근본적으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칫 회복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이나 성장잠재력을 갖춘 신산업의 육성과 같은 현안과제들을 소홀히 한다면 오히려 일시적인 경기회복이 장기적으로는 해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실에 입각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히 실행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금년 5월에는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하여 지역사회를 이끌어나갈 대표자들을 뽑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아무쪼록 화려한 겉치레를 내세우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내실 있게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지역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밖에도 풀어나가야 할 여러 과제들이 있다. 우선 대구와 경북이 경쟁과 대립보다는 각자의 특성을 살리면서 상호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예컨대 대구는 연구중심 기능을 강화하고, 경북은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투자전략을 차별화하되 산학연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기술개발과 상품화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과거에 비해서는 완화되었으나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역민들의 정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개방화된 시대에는 좀더 유연한 사고와 탄력적인 대응자세가 요구된다.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학문'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외부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토론문화를 활성화하여 지역 분위기를 점차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모시켜 나가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경제교육을 통해 지역민들의 경제의식을 고취하는 것도 긴요하다. 경제교육은 우리 경제의 현황과 비전을 정확히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학습효과가 큰 청소년들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경제관을 갖춘다면 장차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은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저력과 함께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올해도 지역민 모두 긍정적인 자세로 차분한 가운데 알차게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안세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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