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효목도서관 '책 읽는 공부방'

"도서관에서 영어.수학도 배워요"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부족한 공부를 채우죠."

지난 19일 오후 3시 효목도서관 1층 강의실. 20여 명의 학생들이 둥그렇게 원을 이루고 영어로 게임을 하느라 시끌벅적했다.

"Are you ready? Let's get start."

선생님의 신호에 따라 아이들은 영어로 007놀이를 시작한다. "I'm 선영", "Zero, Zero, Seven." 지명된 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소개하고 다른 학생을 또다시 지명한다.

효목도서관이 겨울방학을 맞아 개설한 '책 읽는 공부방'의 풍경이다. 지역 공공도서관이 학생들에게 독서나 취미 등과 관련된 각종 강좌를 운영한 지는 오래됐지만 학생들의 '공부방'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종원 효목도서관장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방학 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도서관 강좌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지만 이마저도 정보에 빠른 학부모들에 의해 선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교육 소외 계층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한 것.

공부방에서는 다음 달 24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2시간씩 초등학교 3학년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사회·영어 등 교과 학습 지도와 함께 겨울방학 숙제를 도와줄 예정이다. 강사는 효목도서관 자원봉사자 중 관련 교과 지도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지도 경험이 풍부한 주부와 일반인 등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수업 내용은 사설 학원에 뒤지지 않는다. 방학 전부터 미리 인근 학교 교사들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강의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둔 덕분이다. 제갈 선희 열람정보 담당은 "수학의 경우 4학년 1학기 과정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선행학습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웠으며, 국어는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통한 표현학습, 영어는 놀이를 통한 학습 흥미 유발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개별 지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해진 수업시간이 언제인지 알기 힘들 정도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는 학생부터 수업 시간이 끝난 후에도 강사에게 매달려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는 학생들까지 공부에 대한 열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공부방'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독서'를 빼놓을 수는 없는 일. '책 읽는 공부방'에서는 학생들에게 매일 수업이 시작된 뒤 20분가량 강사가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줘 독서 습관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김숙영 자원봉사자는 "책 읽기에 흥미가 없던 아이조차도 육성으로 들려주는 동화에는 넋을 놓고 빠져든다"며 책 읽어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어서 도서관 측은 인근 학교의 협조를 얻어 오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공부방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신 관장은 "올해부터 주5일 수업제가 월 2회로 확대 실시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며 "도서관 예산이 넉넉지 않아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지만 지역민들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지속적으로 공부방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