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돌풍으로 영화계는 사극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 사극영화는 눈에 띄는 흥행성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 투자자들에겐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1, 2년 사이 그 판도가 바뀌고 있다. 사극 영화가 '옛날 영화, 철 지난 작품, 중년층이 즐기는 장르'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 신선한 소재와 배경으로 젊은 사람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요즘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사극 붐이 일고 있는 만큼 올해 대중문화의 키워드 중 가장 강력한 흐름 중 하나가 바로 사극 열풍이 될 전망이다.
◆ 달라진 사극영화
사극영화도 대중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각인시킨 영화는 2003년 개봉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영화 '스캔들'이 사극영화로 기록적인 358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데에는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 등 스타들이 출연했다는 점 외에도 기존 사극영화의 이미지를 깰 만한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이전 사극과 달리 영웅이나 위인의 삶을 다루지 않고 시대적 배경만 바뀐다면 현재에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상사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또 조선시대 안방 규수의 작은 소품 하나까지 신경을 써, 스타일이 좋은 영화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5월에 개봉했던 '혈의 누' 역시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사극영화다. 조선시대 연쇄 살인극을 다룬 독특한 미스터리물 '혈의 누'는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상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 언제든 현대극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개봉작 중 이명세 감독의 '형사 듀얼리스트' 역시 액션과 멜로의 조합으로 새로운 시대극을 선보인 바 있으며 현대의 남북한 장교가 과거로 돌아가 이순신을 만난다는 설정의 '천군' 역시 퓨전 사극을 표방했다.
이처럼 최근 제작, 성공하고 있는 사극 영화들은 기존 소재가 됐던 궁중의 권력싸움이나 고풍스러운 느낌에서 탈피한 새로운 스타일의 사극 영화가 대부분이다.
◆ 왜 사극영화인가?
영화계가 과거로 날아간 작품들을 속속 제작하는 것은 시대와 인물의 지평을 확대함으로써 영화 소재를 넓히고 신선함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또 금기시됐던 인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발상의 전환도 얻을 수 있다.
볼거리 또한 풍부하다.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철저한 고증을 거치는 데다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각색하기 때문에 현대극 못지 않게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국 사극은 지루하다'는 것은 서구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편견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최근에 개봉된 사극영화는 이런 편견에 맞서기 위해 과거의 소재는 가져오되 현대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새로운 사극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적중하고 있는 것이다.
◆ 줄줄이 개봉 예정인 사극영화
올 상반기 중 개봉 예정인 대표적인 사극영화로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이 주연을 맡은 '음란서생'이 있다. 다음 달 선보이는 '음란서생'은 조선시대 명문 사대부 양반이 음란소설을 창작하고 이를 퍼뜨리며 일어나는 사건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명문가의 화려한 의상과 배경을 묘사하는 데에 힘을 쏟아, 볼거리도 풍부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왕의 남자' 성공에 힘입어 그동안 기획 중이던 다양한 사극영화의 제작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영화제작사 싸이더스 FNH는 명성황후의 사랑을 그린 야설록의 원작소설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원작으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명성황후를 연모하며 목숨을 바쳐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의 사랑을 담을 예정이다.
'여고괴담' 시리즈로 유명한 씨네2000 역시 조선 중기의 명기 황진이를 소재로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홍석중의 소설을 모티브로 '접속',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실미도'를 제작했던 한맥영화사는 신라시대 빼어난 미와 지혜로 세 명의 왕을 섬긴 미실의 삶을 그린 '미실'(가제)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 씨즈엔터테인먼트가 김탁환의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을 영화로 추진하고 있다. 조선 정조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젊은 개혁자들을 그린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과거를 무대로 한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다. '사랑니' 정지우 감독이 준비중인 '모던보이의 첫사랑'(가제)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상류층의 삶과 사랑을 담은 영화이고 싸이더스FNH가 준비중인 '청년전'은 1952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액션 누아르다. 이 밖에 구한말 명 무용수 최승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최승희',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병원기담', 일제 강점기시대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대한독립만세' 등이 올해 제작돼 개봉되거나 내년 개봉될 대표적인 시대극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차례대로 영화 '혈의 누'. '형사 듀얼리스트' . '스캔들'.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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