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맺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공한 사업가가 복싱에 애정을 쏟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대구시복싱연맹 김승남(52·르네상스예식장 대표이사) 회장은 21일 열린 대구시복싱연맹 대의원총회에서 취임 2년째인 올해 연맹에 5천만 원을 내놓기로 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연맹에 5천만 원을 낸 것을 비롯해 대구 복싱 발전을 위해 약 8천만 원을 사용했다.
대구시체육회 내 40여 개 가맹단체의 회장 대다수가 단체 운영비로 1천만 원 안팎을 내는 점에 비춰보면 김 회장의 지원금은 파격적인 액수로 볼 수 있다.
김 회장이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 복싱과 인연을 맺은 것은 복싱 선수생활을 한 친구 김종주 시복싱연맹 부회장과의 약속 때문이다. 김 회장과 김 부회장은 6.25 피난민 마을이었던 대구시 동구 신암4동 속칭 '새마을'에서 휴전 후인 1954년 나란히 태어나 아양초교를 함께 다닌 친구 사이.
"어릴 때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글러브를 낀 종주의 모습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복싱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된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남들이 외면하는 복싱연맹을 맡아 제대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려고 하니 어려움이 많다"면서 "그러나 친구에게 한 약속대로 복싱이 사랑 받는 스포츠가 되도록 연맹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얼룩진 대구 연맹의 체질을 대폭 개선했다. 임원진을 개편한 후 장부를 만들어 연맹의 살림살이를 투명하게 했고 포상금제를 마련해 지도자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지난달 30일에는 10여 년 동안 중단됐던 '대구시 복싱인의 밤' 행사를 다시 열어 화합을 다졌다.
김 회장은 올해 한 단계 더 나아가기로 했다. 컴퓨터 채점기를 도입, 판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수들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장비를 마련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마우스피스 조차도 새 것이 없을 정도로 비참했던 연맹의 살림살이가 김 회장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친구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한 것 같다"고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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