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댓글

인터넷이 문명의 이기임은 분명하다. 과학의 진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뿐 아니라,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도 계층 간 차이는 있지만 거의 지배적인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의 위력은 혼자 안방에 틀어박혀서도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돈도 벌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고, 자기 의견을 제한 없이 표명할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살기가 감도는 악담과 욕설을 퍼부을 수도 있다. 익명으로 다는 악의적 댓글에 항변할 길도 없이 다칠 수도 있다. 공격당한 사람은 심한 충격으로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다. 검찰이 악성 리플(악플)을 단 악플러에 대해 형사처벌 방침을 밝히자 사이버 공간이 분분하다. 지난 1989년 불법 북파됐던 임수경 씨의 고소 사건과 관련하여 처음으로 악플러들을 기소키로 한 것이다.

◇임씨의 아홉 살짜리 아들은 작년 여름 필리핀에 영어 연수를 가서 수영장에서 놀다 익사했다. 이 기사에 악플이 쏟아졌다. "반미를 외치며 아들은 영어 배우러 보냈구만…" "쌤통이다" 부터 "드디어 임수경이가 천벌을 받는구나!" "국민의 저주가 하늘을 감동시킨 것" 등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이 쏟아졌다. 임씨는 악의적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임씨의 고소에 '오죽하면…' 누구라도 공감을 할 정도다. 네티즌들은 다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검찰의 형사처벌 조치가 당연하다는 반응과 함께 사법 만능주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과 심지어 음모론이라는 주장까지. 어쨌거나 악플에 대한 형사처벌은 무법지대 같은 사이버 공간에 최소한 댓글을 쓸 때 한 번쯤 다시 검토하게 하는 자정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근원적으론 청소년들이 악플의 재미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OECD 등 40개 국가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활용도 조사 결과, 한국 청소년은 오락적 사용에서 3위를 차지한 반면 교육적 사용에는 37위로 낙제점이었다. 손 들지 않아도 말할 수 있다고 마구잡이 댓글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댓글 만능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 그러려면 컴퓨터 앞에 앉아 댓글이나 다는 대통령의 이미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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