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이미 고인이 된 재벌 총수의 죽음을 두고 자살이니, 타살이니 하면서 그의 유서 내용을 놓고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미리 유서를 쓰면서 죽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일이 떠올랐다.
평소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터이라, 막상 죽음 체험에 임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유서를 쓰면서 저승사자에 이끌려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관 속으로 들어가는 그 무섭고도 엄숙한 순간을 상상해 보니 내 장례식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두고 지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고인이 된 나를 위해 진정으로 울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내 인생은 정말 잘 살아온 것일까 등등,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순간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한 가지는 바로 후회하지 않는 바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저마다 다른 환경과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히 살 것을 주장하며 혹세무민하는 종교 집단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허상일 뿐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게 되는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다. 단지 집행유예 상태일 뿐'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토너인 셈이다.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이고 존중되어야 할 최고선(最高善)이다. 누구나 자기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수많은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인정받기를 원하고 또한 멋있는 삶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그런 소망을 가졌다면 반드시 죽음을 한번씩 체험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진지한 자세로 유서를 한번 써 본다면 삶과 죽음이 결코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며, 오늘 살아가는 현재의 삶에 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가족과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결국 삶의 목표를 성취시켜 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형우 수성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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