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녹전면 신평리.
이 시골 벽촌에 지난해 말 '으리으리한' 새집이 지어졌다. 분홍빛 벽돌에다 커다란 창이 여러 개 달린 남향 집이다. 오갈 데 없는 할머니 9명이 이곳 원장인 임광희(60) 목사 부부의 도움으로 모여 사는 '사랑의 집'이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황토색 나무무늬 장판이 쫙 깔려 있다. 고급 아파트에 들어온 느낌.
조립식 주택때보다 꼭 2배 넓어졌다. 방은 6개. 화장실이 3개나 되고 거실도 3개다. 방 4개, 거실 1개, 화장실 1개인 30평짜리 조립식 주택에서 살던 할머니들은 궁궐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좋아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오던 날 할머니들이 '통통' 뛰어다니셨어요.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어린아이 같더라고요. 진작 이런 시설로 모셨어야 했는데.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임 목사는 할머니들의 얼굴에 저렇게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한다.'최신식 건물'로 단장한 사랑의 집. 지난 1993년 만들어졌다. 서울에서 목회를 하던 임 목사가 아내 목진숙(61) 씨와 함께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직후다.교회 지을 돈이 없어 사과 저장고에다 십자가를 세운 뒤 교회를 열었던 임 목사.
어느날 홀로 살던 할머니의 집에 불이 나 잿더미 위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할머니를 직접 본 그는 설교만 하는 것이 목사의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수의 사랑을 직접 실천하기로 했다.
'사랑의 집'이 탄생했다. 시각장애인 할머니를 모셨다는 소문에 하나둘씩 할머니들이 모여들었다. 식구는 어느덧 9명이 됐다.임 목사는 자신의 어머니(2004년 작고)도 함께 모셨다. 임 목사는 목사직을 정년퇴임할 10년 뒤에도 여전히 할머니들을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정말 당황했어요. 너무 외진 시골이어서요. 하지만 할머니들과 함께 하게 돼 저는 행운아입니다. 이젠 이곳이 좋아요. 누가 물으면 안동 녹전이 제 고향이라고 얘기합니다."
임 목사의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았다. 조립식 주택이 좁아 불편한 참이었는데 '사랑의 집' 이야기를 전해들은 삼성전자가 1억5천만 원을 들여 새집을 지어주겠다고 나선 것.
"집이 너르니까 훨씬 좋소. 집은 있어도 아직 까치는 없니더. 이제 곧 까치도 오것제. 설날에는 여그서 목사님 하고 윷놀이하고 놀아야제. 떡국도 묵고." 입담 좋은 이곳 안필영(76) 할머니.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 같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사랑의 집 임광희(왼쪽) 목사와 부인 목진숙(오른쪽) 씨는 외롭게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주며 행복의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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