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증시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할 것 같다. 낙관론과 경계론은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식은 재테크의 가장 강력한 화두가 될 것이다. 올해 한국증시의 기상도를 예측해 본다.
◇우호적 여건
#주식 살 자금이 넘쳐난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반영할까. 반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 같은 '대한민국 부도 직전'등의 특수상황이 아니라면 주가의 가장 큰 결정 요인은 '수급'이다. 주식시장의 활황세는 소비를 진작시켜 실물경제를 좋아지게 만드는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세론자들이 주목하는 가장 큰 우호적 변수는 풍부한 유동성이 있다. 600조 원에 이른다는 시중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예금은 물가 상승분도 메워주지 못한다. 8.31 조치가 결정적 이유가 됐지만 부동산 투자 역시 지금 타면 '막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장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집이 남아도는 상황이 몇년 안에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적립식 펀드였다. 적립식 펀드가 불을 당겨 장기수급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앞으로는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들의 주식시장 진입이 예고돼 있다. 현재 10% 대인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도 선진국 평균 비중 50%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 지수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는 법인 자금들도 향후 증시를 주도하는 주요 매수 재원으로 꼽힌다.
한국기업들의 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강세론의 근거 중 하나다. IMF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건국 이래 최대로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국내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IMF 외환위기 이전 400%대를 웃돌았으나 현재 100% 이하로 떨어졌다. 대신증권은 지난해말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2006년 한국증시는 선진증시로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그동안의 만성적인 디스카운트(저평가) 시대를 뒤로 하고 프리미엄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우지수 통해 한국증시를 예상한다.
한국증시 '장밋빛 꿈'의 배경에 자주 거론되는 선모델은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다.
20여년 전인 1984년 다우지수는 17년간의 지루한 박스권 등락(600~1천) 국면을 돌파한 뒤 무려 10여년 동안 주가가 상승해 1만2천까지 올랐다. 이 폭발적인 장세를 주도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이었다. 1983년 퇴직연금제(401k)와 변액보험 그리고 국제유동성이 장기수급 랠리의 '실탄'이 됐다.
한국의 증시도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1천100 미만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가, 2005년 들어 이를 돌파했다. 다우지수가 10년 간의 장기 랠리를 시작하는 초입 국면과 현재 국내의 코스피지수가 판에 박은 듯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도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오랜 기업 구조조정 등의 상황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비우호적 여건
# 매도 압박 만만찮다
주가는 재료보다 수급이 우선이다. 지난해 주가가 오른 데에는 '주식 품귀' 현상이 있었다. 700조 원에 이르는 국내 상장기업 지분의 40%인 300여조 원을 외국인들이 쥐고 있는데다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물량을 내놓지 않아, '사자세'를 충족시킬 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의 환매 욕구도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적립식 펀드의 만기에 따른 환매 부담은 올해 하반기 이후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활황장을 이끈 적립식 펀드가 올해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적립식 펀드는 돈을 넣을 때 적금식으로 넣지만 찾을 때는 일시에 거치식으로 찾을 수 있어 자칫 일정시기에 환매가 몰리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연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한국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 대규모 환매사태가 발생해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를 거치면서 부실기업 대출을 자본금으로 전환해 보유하고 있는 은행권들도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롯데쇼핑과 미래에셋증권 등 '덩치 큰' 주식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며 생명보험사 및 공기업의 상장도 가시화될 수 있다.
# 많이 오른 리스크
지난 1년간 10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의 주가가 100% 이상 올랐다. 한국 주식의 저평가 메리트는 많이 희석됐다. 가장 낙관적인 증권사의 전망대로 올해 지수가 1천600까지 오른다 할지라도 현재 시점에서의 추가 상승 여력은 17, 18% 선에 그친다. 모건스랜리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엔 박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수익률(PER)은 11~12배로 마이크로소프트(24배), 인텔(15배)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며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이 더 이상 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2006년 1월 26일자 라이프매일)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사진 : 증권예탁원 대구지원에 보관돼 있는 유가증권 실물. 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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