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6일 정부는 현행 146일로 정해진 국내 영화관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즉 스크린쿼터를 올해 7월부터 절반 수준인 73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총 4천억 원 규모의 한국영화발전기금을 신설, 영화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곧바로 영화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영화계를 달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쏟아놓고 있다.
애초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한미자유무역협정 FTA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미국 측은 스크린쿼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만큼 스크린쿼터는 한미 양국의 뜨거운 감자였다. 일단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번 주부터 한미 FTA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로 양국간 교역 규모가 40억 달러 증가하고 국내 제조업의 고용인원이 약 4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싸고 경제계와 영화계, 영화팬들의 입장은 한국 영화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과 스크린쿼터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영화는 현재 할리우드 대작과도 대등한 경쟁을 펼칠 만큼 극장가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전체 흥행영화 10편 가운데 한국영화는 1위 '웰컴 투 동막골'을 비롯, 7편이나 포진해 있다. 2004년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를 중심으로 5편이 흥행작 10편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을 보면 2003년 53.7%, 2004년 59.3%, 2005년 59.1%(추정치)로, 3년 연속 50%를 넘고 있다. 이처럼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맞고 있는 만큼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1990년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영화가 빈약했던 1990년대에는 스크린쿼터 축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영화계는 '한국영화의 보호'를 위해 축소 불가론을 내세웠고 영화팬들도 이에 적극 동조했던 것.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이 국산영화 점유율이 60%에 근접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검증된 만큼 더 이상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이 필요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미술·음악·문학 등 대부분의 문화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유독 영화에만 스크린쿼터라는 보호장막이 굳건히 유지될 필요는 없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
이런 시각은 지난 20일 권태신 재정경제부 차관이 한 조찬포럼에서 스크린쿼터 유지를 주장하는 영화계를 '집단 이기주의'로 지목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권 차관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산영화 점유율이 40%를 넘으면 스크린쿼터를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시장 점유율이 59%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자기 것만 안 잃으려고 한다"고 영화계를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국영화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정부결정의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은 우리나라 영화의 의무상영일 축소로 국내 영화산업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기반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영화 제작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 길어도 5년 내에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걱정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할리우드 물량공세가 본격화되면 극장가의 배급질서가 무너지고 만다는 점이다. 연간 600~700편의 상업영화를 쏟아내는 할리우드가 직배사를 통해 다음 흥행대작을 안 주겠다고 협박하면 한국영화를 상영할 국내 배급사가 없다는 것.
또 한국 영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국산 소규모 영화, 작가주의 영화들은 상영관 잡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대형 영화사 역시 실험적인 작품 제작을 중단하고 할리우드 영화와의 정면대결을 위해 대형 영화로 자본과 인력 등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커, 연간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대폭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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