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선거 회오리 '골목민심'도 갈라져

5·31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정당공천 등을 겨냥해 일찌감치 선거준비에 들어가고 지지자들 간 상호감시와 견제도 덩달아 심해지면서 골목민심이 갈라지고 있다.

이모(52·포항 대도동) 씨는 지난 30일 동네 주점에서 설을 쇠러온 친구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다 기막힌 꼴을 당했다. 선거를 소재 삼아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몇몇이 찾아와 "특정 출마예정자가 마련한 술자리 아니냐"며 시비조로 다그쳤다는 것.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출마 예정자의 참모로 보이는 이들이 "선거관련 술자리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해 더욱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나중에 다들 사과의 뜻을 전해왔지만 알 만한 얼굴들이 서로 편을 갈라 감시까지 해가며 당선돼야 하느냐"며 씁쓸해 했다.

시의원 희망자가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포항 남구 한 지역에서는 각 예비후보의 측근들이 서로를 감시하면서 지난 주말 한 출마예정자의 경우 가족끼리 외식하는 자리에까지 경쟁자 측 인사들이 따라다니는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 포항시의원 출마 예정자는 "공명선거도 좋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맥주 한 잔 나눠 마시는 것까지 감시당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또 당사자들은 주민들이 겉으로는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측근들을 통한 '대리전' 형식의 상대방 음해와 비방, 감시, 흠집 내기 등은 지난 선거 때에 비해 훨씬 심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포항시청 한 공무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네 유지들은 물론이고 마을 단위 자생단체 간부, 심지어 일부 통반장들도 실제로는 특정 출마예정자와 직간접으로 연결되면서 서서히 편이 갈리기 시작해 올 들어서는 눈에 띌 정도"라며 "예비후보 수가 많은 만큼 주민들 간 관계도 꼬일 대로 꼬여 선거 이후 봉합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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