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으로 겨울여행을 떠나는데 식사는 어디에서 해야 좋을까?' 사실 제일 먼저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어떤 식당을 소개해야 할지 난감한 것도 사실. 그래서 영덕 현지 몇몇 주민들의 입을 빌렸다. 몇몇 공무원들에게도 도움을 구했다. 그들에게 '외지에서 아주 친한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아무 부담없이 들를 만한 식당들을 골라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네 곳을 골라 직접 '영덕의 맛'을 경험해봤다. 느낌은? 영덕만큼 바닷가 경치와 음식 맛이 어우러지는 곳도 드물다는 것이었다.
*소화식당(054-733-4124)
영덕 현지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회는 물가자미(미주구리) 회다. 자연산뿐인 이 물고기는 특히 씹히는 맛이 구수해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큰 접시에 3만 원으로 값도 싼 편. 이 정도면 어른 5명이 소주를 곁들여 실컷 먹을 수 있는 양이다. 2만5천 원(中)과 2만 원(小)짜리도 있다. 이 집 미주구리회의 맛은 특별한 양념 맛에서 나온다. 누룽지로 만든 고추장을 쓰는데 옛날 장맛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양념장을 따로 사갈 수 없느냐는 주문도 많다. 미역, 무, 양배추 등 야채에다 회를 넣고 양념에 버무린 후 상추쌈을 해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아무리 바빠도 회는 센 뼈를 발라내고 얇게 손으로 직접 썰어낸다. 일회용 도시락(6천 원)에 담아 택배도 해준다. 주인 손미자(54) 씨가 14년째 미주구리회만 내고 있을 만큼 현지에선 알려진 집이다.
*선미횟집(054-733-7539)
회를 빼놓고 영덕의 맛을 이야기할 수 없다. 배를 가지고 있으면서 직접 어장을 경영하는 이 집의 회는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게 특징. 본격적인 회가 나오기 전에 맛보기로 내주는 멍게, 해삼, 미역도 식당 바로 앞의 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이다. 멍게, 해삼은 식당 안주인인 이춘난(52) 씨가 직접 해녀생활을 해서 따온다. 겨울철에 많이 나는 자연산 도다리와 우럭 1접시에 4만 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싼 것도 장점이다. 회는 무채를 깔지 않아 양도 많은 편. 1접시에 4명이 먹어도 넉넉할 만한 양이다. 매운탕도 깔끔하다. 소주 한잔 곁들인 속을 충분히 달래줄 만한 탕이다. 영덕의 기관단체장 회의는 대부분 이곳에서 할 정도로 유명하다. 도로에서 떨어진 바닷가 외진 곳이면서도 손님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든다.
*경남영덕대게도·소매센터(054-733-1020)
사실 영덕의 맛은 대게에서 나온다. 하지만 비싼 게 흠. 이 집에선 '대게는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있다. 속이 꽉 찬 박달대게는 5만 원 이상 하지만 앞바다에서 잡은 근해대게의 경우 마리당 1만~3만 원이면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통 9㎝짜리는 1만 원으로 부담이 없는 편. 요즘 나오는 9㎝짜리 대게는 살이 꽉 차 있어 먹기에 딱 좋다.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대게를 시키면 딸려나오는 해산물들. 해삼, 멍게뿐만 아니라 소라, 문어까지 내준다. 딸려나오는 8가지 해산물들도 살아있는 싱싱한 걸 바로 삶아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특별한 맛을 선보여준다. 단골손님들에겐 전복죽을 내주기도 한다. 대게는 택배로도 많이 나간다. 거의 대부분 삶아서 보내지만 살아있는 싱싱한 대게를 원할 경우 아이스팩에 넣어 버스편으로도 바로 보내준다.
*아성식당(054-734-2321)
바닷가라고 해서 회만 있다면 섭섭하다. 이 집의 소고기 불고기는 참 특이하다. 일단 육수가 주전자로 담겨나와 따로 더 달라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과 삭은 김치, 나물을 마음대로 육수에 넣어 익혀먹을 수 있는 것도 생소하다. 이 집에서 불고기를 먹을 때 눈여겨봐야 할 게 몇 개 있다. 먼저 양은으로 만든 불고기판. 몇 년 전 대량으로 맞춰둔 것으로 지금은 전국 어디서도 이 양은불고기판을 구경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신김치. 신김치를 육수에 익혀 불고기와 함께 먹는 맛은 별다르다. 간장 소스에 달걀 노른자를 담아내는 것도 특색있다. 옛날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불고기에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공기밥을 포함해 1인분 8천 원. 친정어머니가 한국전쟁 이후 현 자리에서 계속해오던 식당을 딸인 정순란(47) 씨가 물려받아 11년째 해오고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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