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거짓과 진실 사이

사람은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 일을 자신이 알고 했건 모르고 저질렀건 간에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범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실수를 가리기 위해 거짓으로 위장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어릴 때 읽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똑같은 거짓말을 되풀이했다. 처음에는 하찮게 시작한 거짓말이지만 거짓을 진실인 양 속이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말았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시간을 낭비하고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소년은 신뢰를 잃고 만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논란거리가 된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사실들도 같은 맥락에서 되짚어 볼 문제다.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진실게임에서 우리 국민이 실망과 허탈감에 빠져 한동안 심리적 공황상태가 된 것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그가 행한 일련의 거짓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실수 혹은 거짓을 행하면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추려 하고 변명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명망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 실수나 거짓은 개인의 부끄러움을 넘어 사회의 치부가 되기도 하고 나아가 나라의 망신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황 교수가 처음부터 특별히 나쁜 마음을 가지고 논문을 조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구 결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너무 커지고 빨리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과 과욕이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을 감추기 위한 연이은 거짓은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과학자로서 논문을 조작해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임기응변적 거짓 발표를 통해 정직성이 훼손된 점은 거짓에 대한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이제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세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유와 아량으로 슬기롭게 상황들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거짓이란 실수는 한번으로 족한 것이며,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기 쉽다는 사실을.

류형우 수성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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