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을 살리자, 지역을 살리자-(9)북유럽 대학의 산·학·관 협력체제

'투자-연구 어깨동무'지역발전 중심으로

북유럽은 대학이 지역발전의 중심이었다. 지방정부, 기업은 '지역의 브레인(brain)은 대학'이라는 점을 굳게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었다. 기업은 원활한 '두뇌 활동'이 이뤄지도록 대학에 충분히 투자했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도우고 있었다. 이렇게 '지방정부-기업-대학' 삼각편대는 균형과 조화를 이뤘다.

기업은 대학 연구진이 내놓은 연구결과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를 데려갔으며 그렇지 않으면 연구자가 바로 스핀오프(spin off:연구원이 자신의 연구성과로 창업할 때 정부나 기업이 기술사용료를 면제해주는 제도) 기업을 창업하는 게 보통이다.

■산·학·연은 시스템

대학이 수행하는 연구주제가 시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기업들이 너도나도 대학에 투자하기 위해 뛰어들 것이다. 핀란드는 이를 구조화하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대학에서 아이디어를 낼 때 2개 이상의 특정 기업이 관심을 보이면 연구비의 최대 80%를 정부(핀란드과학기술청,TEKES)에서, 나머지 20%를 기업에서 댑니다. 기업은 적은 연구 투자비로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고 대학은 프로젝트를 따낸 후 일부 특허권을 취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평등하죠."

울루대학 미카 파카넨 프로젝트 매니저는 '대학 연구와 기업 투자가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기다 1개 기업의 아이디어를 대학에서 연구할 경우에는 연구비의 최대 50%를 TEKES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대학의 연구과제가 지역 산업계의 요구에 맞게 선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핀란드 울루의 세계적인 IT클러스터는 긴밀한 산학연의 고리 속에 만들어졌다. 울루는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500km 떨어진 인구 12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무려 250개가 넘는 첨단기업이 있었다. 울루대를 중심으로 연구소와 기업 등이 방사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울루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키아, 컴팩, 지멘스, 휴렛팩커드 등 다국적 기업의 간판을 제외하고는 핀란드어로 쓰여진 하이테크 회사는 대부분 울루대 출신이 세웠습니다." 울루대 일카 헤이쿠라 홍보 담당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지방정부는 대학을 전폭적으로 밀어준다

핀란드가 '울루 과학단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선진 대학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젤레 자게르 박사는 "몇 년 전 우리 대학에서는 핀란드의 트라이앵글(산·학연·관) 협조체계를 배우기 위해 총장이 정치인, 교수, CEO 등과 함께 핀란드를 찾아갔다"며 "'혁신 플랫폼(Inovation Platform)'이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한 후 델프트공대의 연구도 질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델프트공대는 이후 대학의 신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연구소(Inovation Lab)를 만들었고 그 내부에 특허·마케팅·재무 담당을 두어 대학의 연구 방향과 내용을 자문, 결정, 지원하고 있다.

델프트공대는 신(新)네덜란드 건설의 중심에 있었다. 델프트시에 있는 캠퍼스에서부터 로테르담 쪽으로 120헥타르(1hectare는 1만㎡)의 광활한 대지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테크노폴리스(Technopolis Innovation Park)를 건설 중이었다. 하지만 R&D 회사들이 50헥타르 정도만 차지하고 있을 뿐 아직 허허 벌판에 가까웠다. 이 넓은 땅에 수많은 다국적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꼭 기업이 들어설 필요가 있습니까? 시장성 있는 아이디어, 우수한 연구진으로 무장한 델프트공대 출신 연구자들이 스핀오프 기업을 만들면 되죠. 그러면 기업들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이 대학 혁신연구소 반 덴 버그 박사는 '연구인력의 유동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델프트시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로테르담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더 큰 네덜란드를 위해 행정기관은 영역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학을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대구가 테크노폴리스를 조성 중인데 지역대학과의 결합력이 약한 것 같다"고 설명하자 버그 박사는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흡수하면서 지역발전을 이뤄가는 것이 기본"이라며 의아해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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