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신동으로 불리며 화려한 데뷔를 했지만 음울하고 소외된 성인기를 보낸 천재 음악가는 35년 10개월 8일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다. 그의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는 타살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천재성을 능가할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은 한 인간의 열등감과 질투심이 살인을 불렀다는 것.
살리에르는 궁정 전속 음악가로 황실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출현으로 살리에르는 위태로움을 느낀다. 어느 날 살리에르가 황제에게 헌사한 곡을 모차르트가 연주하게 되었다. 한 번 듣고 악보를 외워버린 모차르트가 능숙하게 곡을 연주하는 것은 물론 미흡한 부분을 즉석에서 고침으로써 황제 앞에서 살리에르의 체면이 무참히 짓밟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모차르트는 무도회에서 살리에르의 우스꽝스런 연주 모습을 흉내 내며 힘찬 방귀를 뀌는 시늉을 하며 그를 조롱하기도 했다. 살리에르가 복수심을 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모차르트의 악보를 본 순간부터다. 명료하고 활기찬 모차르트의 영혼이 수정하나 없이 악보를 완성시킨 완벽성 앞에 살리에르의 자존심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불공평한 신을 저주하며 신의 걸작품인 모차르트를 파멸시킬 결심을 하게 된다.
모차르트는 비엔나에서 골칫덩이였다. 똥구멍이란 단어를 버릇처럼 내뱉는 그의 외설증(coprolalia)은 귀족들을 당황하게 했다. 유머, 장난기, 특이한 웃음소리, 변덕스러움, 열정, 도전정신, 엄청난 작업량, 낭비벽, 도박벽. 절제와 균형 감각이 없는 그의 행동은 경조증(hypomania)이 아닐까. 프랑스어로는 예술적인, 독일어로는 부드러움이란 뜻의 '모차르트'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의 어리석은 돈 관리, 낭비벽, 산더미 같은 빚은 경조증 탓이 아닐까.
경조증이란 기분이 들떠서 말이 많고 주의가 산만하며 지나친 목표 지향적인 활동과 계획을 세우고 과장된 자신감에 휩싸여 있는 기분 상태를 말한다. 끊임없이 편지를 쓰거나 말장난을 하며 사교적이고 항상 떠들썩하다. 경조증은 조울병의 조증(mania)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강도가 약한 상태로 생활에 심한 지장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조증 같은 정신병리가 창작 활동의 에너지원이 되고 사회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예는 드물지 않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지나친 방종에 빠져 지내던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살리에르는 마치 저승사자처럼 검은 가면과 망토를 하고 모차르트를 찾아간다. 그리고 장송곡의 작곡을 부탁한다. 심신이 쇠약해진 모차르트가 장송곡의 창작에 몰두하는 것은 곧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 예상대로 모차르트는 '레퀴엠' 작곡에 착수하면서 일어나지 못했다. 고열에 동반된 무서운 환각에 시달리면서 모차르트는 이것이 자신을 위한 장송곡이 될 것임을 예감했다. 말년에 살리에르는 잘못된 신의 선택을 응징한 자신이 바로 신이라는 과대망상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모차르트의 저작권을 알뜰히 챙긴다면 오스트리아를 사고도 남을 것이라고 추정되지만 그 부호의 무덤조차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제 천재의 자취를 정확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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