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연이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기밀문건을 공개하고 청와대가 최 의원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유출경위 조사에 착수함으로써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 의원의 '폭로성' 공개에 따른 파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최 의원이 어떻게 기밀문서를 손에 넣었느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최 의원과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과정에 대한 '진실공방'이다.
◇문서유출 파문=최 의원이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문제를 제기한 근거는 지난해 12월 29일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록과 지난해 4월 초 '국정상황실 문제제기에 대한 NSC 입장' 등 두 개의 문건이다.
문제는 NSC 상임위 회의록이 3급 비밀로 분류돼 있는 기밀문서에 해당하는 데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최 의원이 정부에 정식 기록 제출 요청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일 최 의원이 어떤 경위로 국가 기밀자료를 입수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이를 유출한 공무원을 색출해 처벌할 계획이다.
이례적으로 여당 의원에 대한 조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국가 기밀자료의 관리체계 문제로도 비화될 전망이다. 국가의 중요자료 유출과 관련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도 지난 2004년 한미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합의문 전문에 이어 2급 비밀인 한미미래동맹정책구상(FOTA) 회의 자료의 내용 일부를 공개,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최 의원은 이날 "유출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치졸한 발상으로, 감추기에 급급하면 안 된다"고 말한 뒤 "정부의 내부토론 문서가 외교문서이냐. 어떻게 보면 비밀문건이라는 것도 자의적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 의원은 또 "여당 의원이기 앞서 나의 본질은 국회의원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해서는 안 되느냐"고 반문하고 "본분에 따라 행정부를 비판하고 밀행외교를 공론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략적 유연성 진실공방=최 의원과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양국의 합의과정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마치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에 대해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논란은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배치되느냐'는 점과 함께 '외교통상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전폭 지지하는 내용의 외교각서를 미국과 교환했느냐'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최 의원은 1일 NSC 상임위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당시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이 "미국이 침략을 받지 않은 경우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을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놔둔 채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했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두 가지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청와대도 "지난 1월 19일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간의 공동성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사실이 왜곡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2일 또 다른 문건을 들고 나왔다. '국정상황실 문제제기에 대한 NSC 입장'이라는 문건으로, 한미 양국이 지난 2003년 10월 전략적 유연성을 전폭 지지하는 내용의 외교각서를 교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외교부의 청와대 보고누락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정부 지침으로 실무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전략적 유연성 관련 각서 초안"이라며 "NSC와 관계부처는 긴밀한 정책 협의와 상부 보고를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해 왔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과 정부가 하나의 진실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문건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며 "지금이라도 전략적 유연성 협상 전반에 걸쳐 알릴 것을 알리고 국회에 자료를 제출, 공개적인 토론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반해 정부 내부에서는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해 모든 과정을 그때그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 '전략적 유연성 협상 진실 공방'은 당분간 파열음을 계속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NSC 사무차장을 지낸 이종석 통일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6, 7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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