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 세배를 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곁들이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를 하면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은 설날의 가장 보편적인 덕담(德談)인데, 덕담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어른에게 덕을 주는 꼴이 되어선 안 되기에 아랫사람은 공손히 세배하고 어른의 덕담을 기다리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설 예절을 제대로 챙기자면 만만찮은 일이다. 마음가짐서부터 차례상 차림, 한복 입는 법 등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덕담 선후 논란이 있는 세배만 해도 지켜야 할 절도가 엄정하다. 절을 받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 모두 오른쪽에 남자, 왼쪽에 여자가 자리한다. 절을 하는 사람은 다소곳한 자세로 서서 양 팔꿈치와 손을 배 부근에서 수평이 되게 공손하게 맞잡는다.
◇공수(拱手)라 하는 손잡는 방식이다. 두 손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편 다음 앞으로 모아 엄지손가락은 엇갈리게 깍지 끼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포갠다. 이때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린다. 여자는 반대다. 절을 할 때는 공수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왼 무릎을 먼저 꿇고 오른 무릎을 꿇어 가지런히 놓은 다음 왼발을 아래로 오른발을 위로 포개고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닿을 만큼 깊이 내린다.
◇이와 함께 팔꿈치를 바닥에 붙이며 이마가 손등에 닿을 듯 말 듯 머리를 숙여 1~2초 정도 머물렀다 일어선다. 일어설 때는 고개를 들면서 팔꿈치를 바닥에서 떼고 오른 무릎을 먼저 세운 뒤 손으로 무릎을 짚으면서 한번에 일어선다. 따지자면 이렇게 까다롭다. 또, 부부는 어른 앞에서 내외간이 먼저 절을 한 후 어른에게 세배를 드려야 하는 등 지켜야 할 예절이 부지기수다.
◇설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만나는 사람, TV에 나온 사람들의 인사는 대부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이다. 이런 인사는 덕담 논란을 떠나 이제 어색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났는데 무슨 새해 인사냐 하는 의아심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양력 시대에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 같은 '말의 이중 과세'는 문제가 있다. 좋은 명절, 따뜻한 인정이 흐르는 설에 걸맞은 좋은 인사말, 새로운 덕담이 어디 없을까.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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