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온난화…깨져버린 三寒四溫

김천서도 겨울참외 농사

올 겨울 들어 모처럼 추위다운 입춘 한파가 불고 있지만 대구 달성군 비슬산 자연공원관리사무소는 얼음동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동안 날씨가 따뜻해져 얼음동산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새벽에 물을 뿌려야했기 때문. 깊은 산골짝이지만 지난달의 경우, 워낙 날씨가 따뜻해 좀처럼 얼음이 제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 관리인들은 삼한사온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 현장에선

대구 달성군 옥포면의 참외 농가 밀집지. 이곳 사람들은 들쭉날쭉한 겨울 기온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수십 년 간 참외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에 따르면 겨울 기온이 자꾸만 올라가면서 참외 당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 겨울 기온의 상승은 겨울 참외농사의 북방 한계선을 김천 부근까지 올려 놓았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는 0.4℃~0.8℃ 정도 올랐고, 이 추세는 점차 빨라져 2100년에는 2℃~6℃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뜨거워진 지구는 더 많은 수증기를 대기 중에 품기 때문에 심한 기상재해를 불러오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김동근 씨는"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병·해충의 월동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아열대기후인 일본에서 들어온 벼물바구미도 우리나라 겨울을 견디는가 하면 소나무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역시 날씨가 따뜻하니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 어종인 노랑가오리와 대형 해파리 등도 나타나고 있다.

육지 생물도 예외는 아니다.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예전 대구가 중심이던 사과 재배지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재배 북방 한계선이 동반상승해 봉화, 청송 등지까지 올라갔다는 것.

기상전문가들은 이 같은 생태계 변화가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적으로 기아나 영양실조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분야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12월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는 바람에 눈이 녹아 전국의 스키장이 개장일을 계속 미뤄 상당한 영업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인 우리나라로서는 주력업종인 자동차, 철강산업이 지난해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의정서)에 따라 이산화탄소 감축압력을 더 심하게 받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불어닥친 맹추위로 전라도 전역에서 1938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 적설량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설이 쏟아졌다. 이 지역에서는 연말 성수기에 물류대란이 일어났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단기적으로 한파 등 들쭉날쭉한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는"아열대 생물군이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 정착해 가는 것으로 미뤄 점점 더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서서히 더워지니까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구온난화 현상이 큰 문제인 것은 기후변화를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므로 기후변동폭이 크면 생태계가 계속 파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학에서는 연평균 기온이 14℃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대기후대이지만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 1980년대 후반 남한 지역은 연평균기온이 14℃에 접어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도시화로 인한 기온상승 효과를 제거한 뒤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0년간 한반도는 세계적 추세(0.4℃~0.8℃)와 비슷하게 더워졌고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40년간(1960년~2000년) 대구의 연평균 기온과 일최저 기온(여름철)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것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그래프)

그는"기후가 급변하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지 않아 기상 선진국이라는 일본, 유럽도 일주일 이후의 일기예보 적중률이 50% 이하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장기전망은 힘들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다만 겨울철 바람이 약해지면서 시베리아의 찬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어 앞으로 점점 따뜻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 발 맞춰 우리나라도 각 산업별로 이산화탄소 저감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충실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장치는 생태계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농업과 임업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벼와 채소 등 일반적인 농작물은 대부분 장기간 녹색상태를 유지하며 자라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흡수한다는 것.

김 교수는"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도가 2013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식량안보 차원뿐 아니라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여야 하고 정부는 장기 농업정책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도시 열섬화현상:도시의 기온이 인공열이나 대기오염 등의 영향을 받아 교외보다 높아지는 현상.

*지구 온난화현상: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가 지구를 거대한 온실처럼 만들어 지구에서 나오는 복사 에너지가 제대로 방출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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