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존 리더 지음/김명남 옮김/지호 펴냄
"은퇴하면 전원으로 나가볼까."
도시탈출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바람은 듣기에 따라 절실한 소망으로 비쳐지는 게 우리 주변의 모습이다. 굳이 '웰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도시생활은 나쁜 것이고, 전원생활은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 인류최후의 고향'(원제 Cities)을 펴낸 저자 존 리더는 이런 도시인들의 사고에 일침을 놓는다. "과연 그럴까, 도시에서 산다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가"하고 되묻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는 인간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도시 없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지구 인구 중 절반 정도가 도시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시화 비율이 더욱 높아 80%가 넘는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태어나 살다 생을 마감하는 도시는 바로 현대인간의 고향이자 삶의 궁극적인 터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인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저자가 주장하는 도시는 산업화에 따라 인간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자연스레 형성된 자연의 일부라는 것. 물론 도시가 만들어내는 오염, 소음, 인간소외 현상 등 도시의 불편한 면이 여전히 많지만 전원이 좋고, 도시는 나쁘다는 그런 통념은 적절치 않다는 질책이다. 즉 도시도 흰개미의 흙집, 비버의 댐과 다를 것 없는 세상의 일부라고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지 꼼꼼히 밝힌다. 도시들을 찬미하는 동시에 그 도시의 어두운 구석을 깊이 파헤친다. 또한 도시가 어떻게 스스로 식량과 물을 얻고, 어떻게 에너지를 공급하며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전염병에 대처했는지를 탐색한다.
도시화에 대한 저자의 민첩하고 상세한 묘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우르의 발굴현장으로 안내하는가 하면 로마와 베이징, 베를린, 도쿄와 파리를 해부한다. 뉴욕과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나이로비의 안팎을 헤집으며 도시들의 특수한 측면에 청진기를 들이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각종 도시문제 해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그는 "현대도시들이 한정된 자원을 지나치게 끌어써 지구를 너무 혹사시킨다"며 "그렇다고 자원고갈,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음울한 예측만을 앞세워 무기력증을 유발하는 것은 더 나쁘다"고 비판한다.
저자의 생각은 인류가 그러하듯 도시도 진화한다는 것. 인류가 생각하고, 발명하고, 창조하며 살아왔듯 지금 우리 앞의 숙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시는 아직 중요하다. 그들에게 도시는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해결책인 것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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