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빗집 주인 이동진씨 보릿짚 공예

쉽게 버려지는 보릿대가 은은한 황금빛 물결치는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다.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갈비집 주인 이동진(50·대구시 서구 내당4동 '참갈비') 씨.

이씨는 깨끗한 보릿대를 원재료로 전통문양부터 시작해 사군자, 인물화 등 자연 빛깔의 섬세한 작품을 빚어낸다. 심지어 시조, 반야심경 등 긴 글귀를 한자씩 본떠 금빛 찬란한 표구로도 재탄생시킨다.

이씨는 35년 전, 중학교때 은사(恩師)에게 세배를 하러갔다가 직사각 베갯모에 새겨진 전통무늬의 보릿짚 공예를 보고 그 색깔과 은은함에 매료돼 보릿대를 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미술적 재능을 숨겨둔 채 생계를 위해 회사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일을 해오다 지난해 7월부터 옛 생각을 떠올리며 본격적인 취미생활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씨는 보리 추수 시절인 지난 가을, 고향마을인 경북 구미시 장천면 낙동강변에서 보릿짚을 구해와 작업준비를 해왔다. 가게에 있는 방을 개조해 4~5평 남짓한 작업실까지 만들었다.

지난 6개월여 동안 계속된 보릿짚 공예작품은 수십여 점. 매일 6시간씩 보름정도 걸린 대작품들도 몇 점 완성해냈다. 이색취미를 힘들게 시작한 보람도 적잖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손님이나 지인들에게 보릿짚 공예 작품을 선물하면 너무 좋아한다는 것. 돈을 주고 사고자하는 손님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상업적인 거래를 삼가고 있다.

보릿짚 공예의 든든한 동반자는 바로 딸 현진(18·대학입학 예정) 양. 미술적 재능이 이어진 것일까? 현진 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미대에 입학예정인 그의 파트너다. 딸은 아버지에게 현대적 디자인을 조언할 뿐 아니라 작품 설명 및 제작 과정을 블로그(http://blog.naver.com/cham3392)에 올리는 등 전통 이색공예에 신세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일도 도와주고 있다. 그는 "딸이 도와주니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다"며 웃었다.

이씨는 오는 8월 말쯤 보릿짚 공예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 전통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외국인들에게 인정받는 관광상품으로 널리 알려지는 꿈까지 갖고 있다. 그는 "보릿짚 빛깔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이동진 씨가 작업실에서 보릿짚을 이용, 문양 파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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