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작 2cm 의 눈'…대구 완전마비 '분통'

2cm가량의 눈에 6일, 대구시내가 완전 마비됐다.

신천대로, 앞산순환도로 등 대구시내를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가 오전 7시 무렵부터 주차장으로 변해버리는 등 사실상 모든 도로가 제 기능을 잃었다. 교통정체는 이 날 하루종일 계속됐고 시민들은 지각은 물론 정상적으로 생업조차 할 수 없었다.

제설작업에 나서야할 대구시와 구·군청 공무원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차안에서, 버스승강장에서 발을 동동 구른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엉망진창

6일 오전 7시 무렵부터 신천대로와 앞산순환도로 등 대구시내 모든 도로가 제 역할을 잃었다.

수성구 시지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최치원(37·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오전 6시 30분에 평소와 다름없이 앞산순환도로를 이용, 출근을 하다 달서구 송현동 부근에서부터 차량이 꼼짝하지 않고 멈춰 서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며 "제설작업을 기다리다 못해 우회도로를 선택했는데 이곳도 막히는 바람에 빠져나오는데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불평했다.

도로가 막히면서 시내버스도 제 시간에 다니지 못했으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사무실에서 지각사태가 이어졌다.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렸으나 지하철2호선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은 이 곳에서 역시 큰 불편을 겪었다.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습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하루 종일 도로에 쌓인 눈이 치워지지 않아 대구시내 주요 도로에는 차 안에 갇혀 꼼짝도 못하는 시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연호네거리와 담티고개 사이 도로에서 이날 오전 2시간이나 갇혀있어야 했다는 회사원 장희석(41·경산시 중방동) 씨는 "이제나저제나 기다렸지만 길이 뚫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차가 이렇게 막히는데 2시간동안 큰 도로에서조차 제설작업을 구경하지 못했으니 공무원들의 행동에 기가 찬다"고 했다.

◆재난관리 엉망

대구시와 구·군청은 사실상 제설작업을 하지 못했다. 전날 많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 날 아침 7시가 넘어서야 공무원들을 상대로 비상소집령이 걸렸다.

허둥지둥 공무원들은 소집에 응했지만 공무원들조차 길이 막혀 제 시간에 출근하지 못했다. 제설작업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대구 중구 경우, 오전 7시쯤에서야 중앙로 등 시내 중심가에 제설차량 두대가 작업을 시작했지만, 공무원들의 현장 투입은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야 뒤늦게 이뤄졌다. 동구의 경우도 오전 8시쯤 전 구청 공무원들에게 비상소집령이 내려져 현장에 투입됐다.

이처럼 대구시의 제설작업이 늦어지자 119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114에는 "시청과 구청 전화번호를 대라"는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114는 오전 8시를 전후해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행정기관은 제설작업을 주요 간선도로만 해 지선 및 이면도로 등의 눈은 거의 치워지지 않았으며, 시가 보유한 제설기와 염화칼슘 살포기 등 제설장비도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의 불편만 키웠다.

대구시 재난상황실 한 관계자는 "오전 6시부터 비상소집령을 발동했다"며 "하지만 도로에 많은 차량들이 밀집해 있어 제설차량이 제대로 현장에 접근하기가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눈 때문에 대구시내 곳곳의 도로에 교통통제령이 내려졌다.

통제된 구간은 대구에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가창면 정대리 헐티재(약 7km) ▷달성군 논공읍 본리리 한남유리 앞~옥포면 김흥리 입구 앞(약 2km) ▷달성군 화원읍 명곡~옥포면 반송리(약 3km) ▷대구 동구 중대검문소~백안삼거리(12km) ▷중대검문소~대왕재 방면 (3km) ▷백안삼거리~갓바위(4km) ▷달성군 다사읍 이천리~하빈면사무소 앞(5km) 등이다.

경북에서는 ▷청도 운문산 자연휴양림~운문령 정상)(3km) ▷청도 오산1리~헐티재 정산(5km) ▷청도 운문면~영천 북안 마일재 정상(2km) ▷칠곡군 사계절 식당~한티재 ▷칠곡군 학명리~남원리(3km) ▷군위군 부계동나무식당~한티휴게소(4km) 등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 (위)밤새 내린 많은 눈이 출근길 차량들로 다져져 빙판길을 이루면서 6일 오전 대구 동신교 주변 도로가 혼잡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 시민이 조심스레 도로를 건너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가운데)6일 새벽 대구지역에 내린 눈으로 시내도로 곳곳이 출근차량들로 심한 정체를 이뤘다. 달서구 두류네거리에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진입한 차량들로 엉김현상을 빚고 있다. 이채근기자mincho@msnet.co.kr (아래) 6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빙판길로 배차간격이 벌어져 버스가 오지않자 도로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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