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마을엔 일거리없는 노인 없어요"

대구 달성군 현풍방면 5번 국도를 달리다 논공읍 소재지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는다. 그리고 20분쯤 달린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앞에는 푸른 물이 넘실대는 갈실못. 주위를 둘러보니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금계산이 병풍을 치고 있다.

우체부 아저씨들은 이곳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노이1리 갈실마을'이라고 부른다. 126가구에 321명의 주민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그런데 '노는 노인'이 없다. 모두가 일을 갖고 '땀 흘리는 실버'로 살고 있는 것.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노인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뒤부터다.

갈실마을 55세 이상 95명은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마을 인근 휴경지 1만여 평을 개간해 콩 공동 재배단지로 만들었다.

"만날 늙은이들이 모여 하는 일이라고는 장기나 바둑을 두고 화투밖에 할 게 없었지. 그런데 요즘은 식욕도 나고 몸이 한결 가벼워." 올해 일흔넷인 조의수 할아버지의 얘기다.

새로운 일거리를 얻은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쳐났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 모든 어르신들이 적어도 10년은 더 젊게 보이는 탓. 일이 젊음을 가져다 준 셈이다.

이곳에서 수확한 콩들은 친환경 메주로 변신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천300kg의 콩을 수확, 700여 개의 메주를 만들었다.

이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갈실메주'는 한 상자(7kg·메주 4개)에 6만~8만 원으로 비싸게 팔린다.

이 마을 조현돌(50) 총무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무기농 콩으로 만드는 데다 물도 지하 25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를 쓰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며 "여기서 콩을 재배하니 고향 신토불이 메주"라고 자랑했다.

최근 마침내 소문이 났다. '건강에 좋은 메주가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요즘 갈실마을에 대구 사람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메주인기가 좋자 이 마을 백한곤(58) 회장은 장을 담그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다.

그래서 올 연말쯤에는 큰 장독을 많이 구입할 계획이다. 또 마을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메주가 발효되고 건조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한편 노인건강장수마을이 농촌 어르신 사이에서 호응이 좋자 달성군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역내 다른 마을 한 곳을 '노인건강장수마을'로 추가 선정하기로 했다. 판매문의 011-813-0814.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지난해 노인건강장수마을로 지정돼 콩농사를 짓기 시작한 달성군 논공읍 노이1리 갈실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일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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