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공통분모

민주 사회의 전제는 다양성의 인정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는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도 천 갈래 만 갈래로 나뉜다. 노래나 춤도 즐기는 장르가 수십 종류로 나뉘고 스포츠도 종목마다 열성 팬을 얻는다. 튀는 옷에 튀는 몸짓도 거부하지 않는다. TV 채널만도 수십 개에 웹사이트는 모래알처럼 많다.

◇다양성은 분화다. 당연히 결집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공통의 관심사가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대중문화의 다양성이 심화된 사회일수록 공통 화제가 사라진다. 최근 미국의 한 언론사가 미국 사람들을 한곳으로 이끄는 거대한 문화 현상 10가지를 선정했다. 미국 문화의 '공통분모'라고 토를 달았다.

◇선거 방송이나 허리케인 재난 같은 긴급 보도와 미국 프로 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이 미국 사회의 공통분모로 꼽혔다. 초대형 야외 행사가 열리는 제야와 독립기념일, 미디어 거물로 떠오른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 전 세계에 걸쳐 2억5천만 권이 팔린 소설 주인공 해리 포터도 선정됐다. 폭스 TV의 신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아카데미 시상식, 사이버 전초기지, 읽어 보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는 책 다빈치 코드와 록밴드 U2도 미국의 공통 관심사로 이름을 올렸다.

◇백화점 문화 강좌에 '반장되는 비법' 강의가 등장했다. 재테크의 고수들과 함께 전국의 돈 되는 부동산을 답사하며 돈 버는 감각을 익히게 하는 재테크 강좌도 선보였다. 어린이 연예인 만들기 강좌에도 붐빈다. '성공'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국 사람의 공통 관심사인 모양이다. 지난해 최대 관심사였던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도 출발은 세계 최고의 '성공'이었다.

◇한국 사람을 세계 최고로 열광케 했던 배아 줄기세포는 이제 만신창이다. 거짓'조작의 수사는 후원금 개인 횡령 부분에까지 치달으며 성공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이런 와중에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축구는 오늘 한국 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통 관심사다. 다가올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고 열광케 하는 공통 화제가 되길 기대한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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