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의 비호감성 때문에 이 영화에 함께 참여한 분들의 새로운 열정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언론 관계자 여러분, 영화를 그 자체로 봐주길 바랍니다."
최근 몇 년간 배우라기보다는 정치 참여의 색깔을 강하게 띠었던 배우 명계남이 6일 오후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손님은 왕이다'(감독 오기현, 제작 조우필름)의 언론 시사회 무대인사에 올라 기자들에게 이 같은 '부탁'을 했다.
영화 속에서처럼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명계남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호불호가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영화의 전체 모습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의 이러한 발언은 '노파심'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끝나자 그의 '걱정'에 이해가 갔다.
'손님은 왕이다'는 지금껏 코믹 색깔을 다소 띤 협박 느와르로 홍보·마케팅을 펼쳐왔다. 한산한 변두리 이발소에 어느날 정체불명의 협박자가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는 정도만이 공개됐다.
그런데 뚜껑을 연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마치 두 편의 영화처럼 갈린다. 전반부는 앞서 공개된 대로 전개되지만 후반부는 생각지도 못한 신파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명계남에 대한 '헌사'가 펼쳐지는 것.
마치 실제 명계남을 콕 집어 표현한 듯, 협박자의 정체가 삼류 단역 배우로 밝혀지면서 '초록 물고기'처럼 그가 얼굴을 내민 작품들이 화면을 훑기 시작한다. 그 화면과 함께 그를 "주로 깡패, 사기꾼, 공갈 협박범 등을 연기해온 별볼일 없는 배우"로 소개하는 대사가 이어진다. 극중 그가 가명으로 사용한 '김양길' 역시 실제 '초록 물고기'에서 명계남이 맡았던 배역의 이름.
더구나 극중에서 소개되는 그의 약력 역시 실제와 똑같다. 김양길은 배우로 활동하다 별볼일 없자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가 다시 배우로 복귀하는데 실제 명계남이 그러했다.
여기에 그가 10여년 만에 복귀하는 동명의 연극까지 영화 속에 녹아있다. 명계남은 7일부터 3월5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연극 '콘트라베이스'에 출연하는데, 이 연극은 그가 1985년 무대를 떠나 광고회사 등에서 일하다 1995년 대학로 소극장으로 복귀해 선보였던 작품이다. 극중에서는 10여년 전 명계남이 출연했던 '콘트라베이스'의 포스터가 등장하며, 주인공 성지루-성현아 부부가 이 연극을 관람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헌사'라고까지 말하기엔 거창할지라도 명계남이 순수한 극중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 명계남으로 조명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또 극중에서처럼 실제 그가 3류 배우는 아닐지라도 '잘 나가지 못하는 배우'의 아픔이 비중있게 표현됨으로써 그와 같은 배우들의 입장을 거창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명계남의 인생이 드라마틱했고 배우로서의 행보 역시 의미심장했다는 시선에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독특하고 신선한 협박 느와르가 될 수 있었던 영화에 명계남의 실제 모습이 강하게 투영된 것은 못내 아쉽다. 굳이 현실의 인물을, 그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의 모습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손님은 왕이다'는 23일 개봉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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