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시장 개방·한-미FTA 협상 여파 "농기계가 안팔린다"

쌀시장 개방과 한·미 FTA 협상 등으로 농업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농민들 사이에서 농기계 구입 포기 등 농업에 대한 투자포기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군위·의성 등 농촌에서는 수년 전만 하더라도 내구연한이 지난 농기계를 겨울 농한기에 신제품으로 바꾸거나 각종 부품을 새로 갈아끼우는 등 새해 영농에 대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트렉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 각종 농기계를 구입하려는 농민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 기존 농기계 마저도 수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군위 국제종합기계 경북영업소 관계자는 "최근 쌀시장 개방 등 쌀산업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콤바인은 지난해부터 판매가 줄었으며, 트렉터도 대형보다는 중·소형으로 낮춰 구입하는 농민들이 소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LS농업기계 의성대리점 김인한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 쯤에는 트렉터 등 대형 농기계만 10대 정도 팔렸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구입관련 문의조차 한건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이같은 현상은 농협의 농기계 판매와 수리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의성 다인·안계농협 또한 올들어 7일 현재 농기계를 한대도 팔지 못했고 안계농협 농기계수리센터의 경우 농기계를 수리하려는 농민들의 발길 마저 끊겨 직원 2명을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안계농협 윤태성 조합장은 "올들어 현재까지 트렉터 등 농기계를 구입하겠다는 농민들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수리를 의뢰한 농민도 전무한 상태여서 농기계수리센터는 개점휴업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쌀전업농인 전재경(48·의성 단북면) 이연4리 이장은 "쌀시장 개방에다 농업 강대국인 미국과 FTA 협상이 이뤄진 상황에서 수 천 만 원을 호가하는 농기계를 선뜻 구입하려는 농민이 어디 있겠는냐"며 "미래가 불투명한 농업에 더 이상 투자를 않겠다는 농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때문"이라고 영농에 대한 투자기피 분위기를 전했다.

군위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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