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사태에서의 교훈...현장 행정이 없다

연필만 굴리고…현장행정 '0점'

6일 오전 대구에 닥친 '눈 사태' 이후, 대구시와 각 구·군의 '현장 행정이 엉망'이라는 시민들의 쓴소리가 커지고 있다.시민들은 고작 2.2cm의 눈에 대구 도심기능이 마비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것 보다 책상머리 행정만 일삼는 공무원들의 안이한 평소 행태 때문"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

부산에서 살고 있는 김준연(35) 씨는 "6일 아침 대구에 업무를 보러 왔다가 부산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눈을 구경하기 힘든 부산 경우에도 공무원들이 새벽 일찍부터 제설작업에 나서 큰 막힘이 없는데, 2cm의 눈에 대구 도로가 빙판길로 변한 것을 보고 행정기관의 대응이 너무나 확연하게 차이나는 것에 깜짝 놀랐다는 얘기였다.

직장인 최모(41) 씨는 "며칠전부터 눈이 온다고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고작 2cm 눈에 대구시 교통이 마비되다니 말이 되느냐"며 "칼 출·퇴근에 놀건 다놀고 정작 필요할 땐 나타나지 않는 '철밥통' 공무원들의 태도가 한심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동네에 불편한 사항이 있어 행정기관에 건의를 해도 현장에 직접 나와 보는 공무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풍토가 이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시민 도종순(55·수성구 중동) 씨는 "지난 달 중순쯤 집 인근 다가구주택 신축공사장에서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용도로에 모래와 각종 건축자재를 방치하고 있어 구청에 치워달라고 건의를 했는데 아직까지 현장에 나와보는 시늉조차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탁상공론만 하지말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주부 이금희(32) 씨는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가로등이 고장나 고쳐달라고 구청에 수차례 전화를 했다"며 "처음엔 나오지 않더니 서너번 전화를 한 뒤에야 겨우 시정이 됐다"고 허탈해했다.

최근 동구청 인터넷신고센터에 글을 올렸다는 기석도 씨는 "동대구IC 이전 공사를 하면서 아파트 주변의 인도가 없어졌는데도 구청에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구청에 여러 번 건의를 했지만 책임을 떠넘길 뿐 도와주려는 노력조차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북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이성원 씨는 "횡단보도 앞에 노점들과 타이어가 인도를 점령하고 있어 보행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고쳐달라고 민원을 넣었는데 도무지 고쳐주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도 문제지만 현장에 나오지 않는 공무원들의 자세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평소 공무원들이 현장에 직접 나서지 않는 문제를 시민들이 일일이 감시하기는 힘들다"며 "시민의 혈세로 자신들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과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자세가 공무원 사회에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의 현장행정 실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조직 내부에서 현장행정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지표를 설정, 성적을 매긴 뒤 인사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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