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시·도와 시·군·구, 읍·면·동 등 현행 3단계 지방행정체제를 2010년 7월부터 2단계로 축소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본지 6일자 13면 보도)이 알려지자 경북도내 시·군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격렬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안은 도(道)를 없애고 2~5개 시·군·구를 묶어 전국을 60~70개 통합시로 만들고 서울특별시는 5개시로 분할, 기존 광역시는 현체제 유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에 대해 경북도는 물론 지방행정 전문가들도 "지자체 행정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구상한 탁상안으로, 신중앙집권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를 간소화, 대주민 체감행정을 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 안은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가속화하고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모든 것을 중앙에서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일부 세력의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낙영 경북도 자치행정국장은 "현재의 도는 중앙정부와 기초단체 간 의견을 조정, 통합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60~70개 통합시를 둘 경우 중앙정부가 통괄하면서 인사·예산 등의 중앙집권화가 이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지방행정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청·식약청·중소기업청·보훈청·환경청·해양수산청 등 각종 국가 기관을 도에 통합, 시·도가 준국가기관 기능을 하면서 지방행정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기초단체와 중복되는 업무의 경우 과감하게 기초단체에 넘겨주는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특히 지자체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행정체제 개편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영세 시·군을 묶어놓는 것으로 일단락될 경우 재정이 하향평준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어 영원히 중앙의 속박과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시·군의 역사성이나 정체성 등을 바탕으로 한 주민정서가 깔려 있는 기존의 행정구역을 새로 바꾸는 것은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사 심각한 갈등과 반목을 불러올 수 있고 도를 없애고 시·군을 묶어 통합하는 과정에서 청사를 신축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들의 구조조정 등이 뒤따르면서 행정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간다는 것도 행정체계 개편 반대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번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서울시장과 부산광역시장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막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점에서 지방 행정관청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도관계자는 "주민행정 편의와 행정비용 절감 등 지방자치 발전이란 순수한 의도에서 시행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정치성을 띠고 추진할 경우 주민들은 물론 지방의회 의원들의 합의를 얻지 못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욱(명지대 명예교수) 한국공공자치원장은 "한마디로 중앙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장난"이라고 논의 자체를 "의미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이 안은 지방자치에 역행하고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방분권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기초단체를 광역화해 중앙정부가 관리한다는 것은 신중앙집권주의적 발상"이라며 "행정계층구조는 역사적 산물로 주민합의 없이 변경이 불가능하고 결국 지방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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