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정시 논술고사 출제 경향
▲ 주제의 특징
지금까지 대입 논술고사에서는 거대 담론과 거의 일치하거나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는 보다 세부적인 이슈가 출제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거대 담론이란 진리, 자유와 평등, 정의, 개인과 사회 등과 같이 큰 주제에 대한 논의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 대학들의 기출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추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연세대는 그러한 추정을 정면으로 배반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실제로 살펴보자.
◎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 논술(2005학년도 정시)
◎ 웃음의 사회적 기능(2004학년도 정시 인문계열)
◎ 데이터 스모그 현상에 대한 비판과 대안(2004학년도 정시 자연계열)
◎ 이미지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견해 진술(2003학년도 정시 인문계열)
◎ 개인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시간의 의미(2003학년도 정시 자연계열)
물론 이미지, 시간, 웃음, 데이터란 소재들은 충분히 사회적·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상당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내용을 다루는 철학과 사회과학 수업이 있다면, 이러한 소재들은 그 수업의 커리큘럼에 들어가기에는 다소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며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 쉽게 얘기하면 연세대가 출제하는 논술의 주제는 정통이라고 보기엔 좀 '이단'스럽고 거대 담론이라고 보기엔 좀 '소소'하다.
그렇다면 연세대는 왜 그렇게 출제할까. 우선 학생들의 예상 주제로부터 이탈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 수 있다. 대학이 출제하는 문제가 빤한 예상 문제의 범위 안에 걸려든다면 학생들의 원고는 각종 사교육 기관이 일러준 방향대로 흘러 엇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학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일반적인 예상에서 탈피해 다소 황당한 문제를 출제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은 수험생으로서는 오로지 자신의 평소 능력에 의지해야 한다. 대학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여러 능력들이다. 사교육에 의해 때가 묻지 않은 학생 자신의 순수한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연세대가 올해는 과연 어떤 문제를 출제할까 하고 예상하는 데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접 사색해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비책이라는 것이다.
▲ 제시 자료의 특징
연세대 논술고사에서 제시되는 자료들은 대학의 이미지와 연결돼 있는 느낌을 준다. 어딘지 모르게 세련됐고, 유행을 이끌어간다는 연세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이미지와 닮은꼴이다. 논술 제시문으로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 텍스트를 처음 도입한 것도, 그림이나 사진 등 시각 자료까지 제시함으로써 신세대 신입생들의 성향을 적극 고려하기 시작한 것도 연세대이다. 요즈음은 여타 대학들도 단조로운 제시문에서 탈피해 도표와 그래프, 시와 소설, 성경, 그림이나 사진 등 다채로운 제시 자료를 활용하는 추세이지만, 연세대는 끊임없이 제시자료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연세대가 수험생들에게 통계 자료 분석가나 미술 평론가, 문학 평론가로서의 자질까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교양 수준의 기본적인 분석 능력 정도만 갖고 있다면 다채로운 제시 자료 앞에서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에겐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실험적 출제가 아직은 도입기에 있다 보니 지나치게 상징적이어서 깊고 깊은 '함의'를 찾아내야만 하는 자료들은 출제되기 어렵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도, 척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통계 자료나 관습적 상징 정도의 예술적 텍스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제시 자료를 지나치게 깊이 분석하려 애쓰기보다는 각 제시 자료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의미를 상호 결합, 연관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대학의, 어떤 유형의, 어떤 내용의 논술에서도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제시 자료나 제시문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 막연한 대책
주제나 제시 자료가 이렇다 보니 연세대 논술고사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비책을 찾기 어렵다. 일반적인 논술고사 대비책과 원리 정도가 이야기될 수 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연세대에 진학하고 싶은 수험생은 연세대를 포함한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의 최근 3년간 모든 논술 기출문제와 제시문을 꼼꼼히 읽어보라는 것이다. 별 게 아닌 일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 양은 방대하다. 기출문제 제시문만 합쳐도 단행본 한 권 분량은 될 것이다.
이를 대충 읽어보는 데서 그친다면 별 소용이 없다. 자세히 분석한다는 자세로 읽고, 내가 이 문제를 받아든 수험생이라면 어떻게 읽고 어떤 식으로 구상할지, 즉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실제 완결된 논술문을 작성하고 첨삭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 이화여대 정시 논술고사 출제 경향
▲ 미약한 시사성
이화여대가 제시하는 논제들은 시사적으로 보인다. 실제 문제를 보자.
◎ (가), (나), (다) 는 환상, 신화, 축제와 같은 비일상적인 것들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라)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정하여 현대 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을 논하시오, (2005학년도 정시)
◎ 다음 (가)의 글은 현대 소비 사회의 특성을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 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하고,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2004학년도 정시)
◎ 소문이나 평판으로 형성되어 나타나는 타인의 시선은 개인의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 세 글은 논의의 근거로 삼아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2003학년도 정시)
◎ 다음 두 글은 인간과 동물의 본래적 지위에 관해 상반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두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002학년도 정시)
2005학년도 정시 문제는 초등학생 층에서 크게 환영받는 그리스 신화의 만화 버전으로부터 촉발된 우리 사회의 신화 신드롬과 관련이 있다. 2003학년도 문제는 각종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용이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프라이버시의 위기 또는 빅 브라더의 출현이라는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또, 동물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고려라는 진지한 문제의식은 (2002학년도) 다소 엉뚱하지만 채식주의나 웰빙 열풍과 접점을 갖는다. 소비의 문제 (2004학년도)가 시사성을 가진다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화여대 논술문제가 최근 3, 4년 사이에 일어난 사회 현상들을 소재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의 시사성이라면 입시에서 실전적으로 활용되기 힘들다. 대학입시의 관점에서 실용적이라면 시사적 소재로부터 주제를 예측하거나 제시문의 목록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1년이라면 몰라도 3, 4년간의 사회 현상들을 논제와 연관시킨다면 그 연관성은 미약할 수밖에 없고, 그런 유형에 대한 예측도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이번 시험의 범위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배운 내용 전체' 라는 식으로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시사성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 논술 모의고사와의 연관성
이화여대는 매면 논술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그 문제와 해설, 학생들의 예시 답안과 강평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실제 논술시험에서는 그 해에 치러졌던 모의고사의 형식과 내용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따라서 이화여대에 진학하고자 그 해 논술 모의고사 기출문제 정도는 풀어보고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합격 가능성을 더 높이려면 최근 3년간의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될 것이다.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을 담아라=한 문장에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을 담으면 문장이 길고 산만해지기 쉽다. 또한 의미 전달이 안 되는 모호한 문장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것은 마치 한꺼번에 두 과목의 공부를 하면 어느 한 과목도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때문에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는 것이 좋다.
▶막연한 표현을 피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라=형용사의 남발은 문장의 논리성을 악화시키고 뜻이 막연한 문장이 되게 한다. 예를 들어 '그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다.'라는 문장에서 '훌륭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밝혀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다.
▶능동적으로 표현하라=외국어의 경우 능동의 주체가 사람도 되고 사물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말은 능동의 주체가 사람이 된다. 우리말에 피동형을 도입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감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읽혀지다', '되어지다'와 같은 이중 피동문은 절대 쓰지 말자.
▶이중부정(二重否定)은 가급적 피하라=논술문은 논리적 문장이므로 표현이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중복하여 부정어를 쓰는 것은 문장의 뜻을 파악하는데 방해가 되고, 쓸데없이 문장의 길이만 길어진다. 또 이중부정은 지나치게 뜻을 강조하는 결과를 낳아 객관성을 의심받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간결하게 써라=논술 시험은 선명한 논리 전개를 요구하는 시험이다. 지나치게 장황한 표현은 정확한 의미 전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생의 답안지에는 중복 표현이나 의미 없는 말, 중의성(重義性) 등으로 인하여 길이가 길어지고 뜻이 불명확한 문장이 많다. 문장을 짧게 씀으로써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자. 한 문장의 길이는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60자를 넘지 않도록 한다.
(송원&이슈 논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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