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물러선 정승

얘야, 설날이 지나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날씨가 매우 차갑구나. 밝은 아침해가 뜨기 전이 사실은 가장 어둡고 따뜻한 봄이 오기 바로 전이 사실은 가장 춥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구나.

오늘은 물러설 줄 아는 용기도 아주 큰 용기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마.

옛 중국 조(趙)나라에 인상여(藺相如)라는 재상이 있었단다. 인상여는 조나라 왕이 진나라 왕에게 빼앗길 뻔한 보물 화씨지벽(和氏之璧)을 안전하게 되찾아 온 공로로 재상에 오른 사람이었지. 그러나 그는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단다.

그 무렵 같은 조나라에 염파(廉頗)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이웃 나라들을 무찔러 많은 공을 세웠지. 그래서 그는 매우 우쭐대고 있었단다. 염파는 인상여의 벼슬자리가 자신보다 더 높은 데 대해 늘 불만이었지.

"나는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인상여는 말 몇 마디로 나보다 더 높은 재상의 자리에 앉아 있다."

이 소문을 들은 인상여는 가급적 염파를 피했지.

어느 날, 염파 장군의 행렬이 골목길을 메우고 오자, 인상여는 더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음에도 길을 비켜 주었단다.

이것을 본 인상여의 수하들이 불만을 터뜨렸지.

"저희가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까닭은 높으신 지조와 의리를 사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한낱 아랫사람을 두려워하여 길을 비켜 주다니 여간 큰 실망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제 어르신 곁을 떠나려 하옵니다."

그러자 인상여가 말했단다.

"자네들 생각에 진나라 왕과 염파 중 어느 쪽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그야 진나라 왕이지요."

"나는 진나라 왕을 꾸짖어 화씨지벽을 안전하게 되찾아온 사람이다. 그러한 내가 어찌 염파를 두려워하겠는가? 내가 만약 염파와 부딪쳐 싸움이라도 하게 된다면 진나라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염파와 내가 싸운다면 진나라는 얼씨구나 하며 우리 나라로 쳐들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모르기는 해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것은 그가 두려워서가 아니고 우리 나라 전체를 위해서인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인상여의 수하들은 고개를 숙였지.

그리고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매우 부끄러워하였단다. 그리고는 인상여를 찾아가 사과를 하고 죽음이 갈라놓기 전까지는 의리를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단다.

우리는 늘 작은 일에 눈이 멀어 큰 일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인상여는 무엇이 더 큰 일인지를 알고 실천했던 것이지. 그리고 염파도 훌륭한 장군이었던 만큼 얼른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이 이야기는 오늘날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르침이 될 것이다. 얘야, 너도 어떤 일이 정말로 큰 일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큰 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기 바란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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