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천재와 어머니

대한민국은 불가사의한 나라다. 얼핏 보면 무질서하고, 문화와 기술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는 한반도가 어떻게 5천년 역사를 이어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이광요 전 싱가포르 수상은 "'양보'라는 미덕이 없다"며 한국인을 혹평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이광요의 지적은 설득력을 지닌다. 10.26 사태 이후 세 김씨가 양보와 타협을 이뤘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10년 이상 당겨질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한국이 디지털 민족이라고 할 만큼 인터넷에서 앞서 가는데. 유목민 후예답게 순발력을 살리고 아집 대신 협상력을 키운다면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열정과 시인 기질이 영속성의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반만년 역사를 이끌어온 힘은 천재들에게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종대왕 이순신 백남준 손정의 등과 같은 천재를 통해 발전해 왔다.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뿐 아니라 15세기에 이미 평화 외교를 폈다. 대마도에 매년 쌀을 보내 왜구를 근본적으로 없애려는 고등 전략을 폈다.

◇백남준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 자력(磁力)으로 화상을 조작해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가 됐었다. 인터넷 시대를 예측해서 일본 갑부가 된 손정의 역시 한국적인 순발력이 돋보이는 벤처 천재다. 이제 대한민국이 고향인 또 한사람의 천재가 배출됐다. 바로 전 미국을 사로잡은 2006 수퍼볼 MVP 하인스 워드 선수다. 4월 어머니와 함께 조국을 찾는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바람처럼 달린 워드는 혹독한 미국 생활 속에서도 결코 모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어머니(김영희'55)의 희생 위에 피어났다.

◇김씨는 하루 16시간 동안 세가지 일을 하면서도 아들을 위한 따뜻한 밥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는 성공한다고 프로이트가 설파하지 않았던가. 반항하는 워드를 치마폭에 싸안는 희생 정신과 집에서 신발을 벗게 하는 한국적인 문화 전수,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소박한 가르침이 한국산 혼혈아 워드를 세계적인 슈퍼 천재를 탄생시켰다. 이 땅의 어머니들, 파이팅!

최미화 논설위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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