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한·미 FTA 협상 전망과 과제

지난 3일 한'미 양국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개시를 공식 선언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 등 비교적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와의 FTA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된 수출시장과 본격적인 FTA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우리나라와의 FTA는 교역규모 면에서 지금까지 체결해 왔던 FTA 체결국 중 캐나다를 제외하면 경제규모가 가장 큰 나라와 FTA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국내 산업계는 미국과의 FTA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특히 최근 우리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미국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이번 양국간 FTA 협상 개시 선언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에 무관세로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치열한 세계 수출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미 FTA 협상은 칠레,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등 그동안 우리정부가 추진해 왔던 FTA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협상의 깊이와 폭도 지금까지의 FTA와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상품 분야에서는 예외가 최소한에 그치는 수준 높은 개방이 예상된다. 원래가 FTA라는 것이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최대한 단기간 내에 철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특히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개방화 수준이 상당히 낮은 FTA가 만연해 왔는데 미국의 경우 FTA 기본 원칙에 충실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민감품목에 대한 예외조치가 최소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포괄 범위에 있어서도 무역자유화, 원활화, 협력 등 기본적인 분야 외에도 노동이나 환경, 지적재산권 등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이나 환경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한 번도 다루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국내 시장개방의 영향은 주로 농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농업계 및 관련 서비스 부문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농산물 시장의 경우 FTA가 아니더라도 DDA(도하개발어젠다) 농업협상에서 상당한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부문의 경우 그동안 국제경쟁에 거의 노출되지 않아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서비스 부문의 이러한 취약점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 경제의 효율성 제고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할 때 미국과의 FTA를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교육비의 해외유출 문제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 편의시설 확대와 같은 문제 역시 의료, 교육 부문의 개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가 시장을 개방하는 측면만 우려할 것이 아니라 미국시장이 개방되므로 우리가 진출할 분야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IT, 의료 등의 분야에서 전문인력의 대미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이 한 예이다.

오늘날 FTA는 단순히 교역확대만이 아니라 포괄적인 경제협력관계 구축, 나아가 정치'외교적 동반자 관계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미 FTA는 전통적 맹방인 양국을 더욱 가까운 친구로 맺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협상이 성공적으로 체결되기까지는 넘어야할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우리 경제가 보다 투명하고 자유로우며 효율적인 경제, 나아가 동북아의 모범적인 선진통상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FTA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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