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건축 규제 강화'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수도권·지방 일괄적용 무리…파장 크지 않을 듯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고강도 규제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재건축 대상인 저층 노후 아파트 소유자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쏟아지는 재건축 규제책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대구 등 지방 대도시 재건축 단지들은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는 탓이다.

특히 대구 등 비강남권 도시의 해당 지주들은 '가격 폭등이나 투기 대상이 아닌 지역의 재건축까지 강남 처럼 규제하는 것은 심각한 재산권의 침해를 가져온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대도시의 경우는 정부 규제책이 그대로 적용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최근 쏟아진 규제책의 상당 부분이 예전에 발표됐거나 현재 실시중인 것이어서 향후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역 재건축 시장 현황

서울 강남과 달리 대구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권이나 기존 아파트 매매가보다 상승세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실제 지난해 대구지역 전체 아파트 상승률은 9.01%였지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5.06% 상승하는데 그쳤다.

재건축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 가격을 상승하는 강남과는 달리 지방 도시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면 기존 아파트 매매가가 오르고 이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따라 오르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주요 대단지 재건축 사업이 이미 완료 단계에 접어든데다 재건축에 따른 추가 용적률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300가구 미만의 중소 단지는 사업성이 떨어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대구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도 뜸한 편"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발부담금 부과, 재건축 연한 연장 등 정부 규제책이 대구지역 재건축에 미칠 가장 큰 '역풍'은 현재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들이 가뜩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데다 규제책이 더해지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추진 단계는 기본계획→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추진위 승인→안전진단→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 등으로 구분되며 이중 조합인가부터는 사실상 사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지역내에서 사업성을 가진 단지 대부분이 추진위 이상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실제 수성구는 황금주공, 대공원, 수성동아 등 16개, 달서구는 송현주공과 성당주공 등 8개, 북구는 복현 주공3, 4단지 등 9개를 비롯 대구 지역 내 38개 주요 단지가 이에 해당한다.

재건축 컨설팅사인 주성 CMC의 김점균 대표는 "추진위 이상 단계에 접어든 단지 대부분이 기존 단지 용적률이 100% 정도이며 추가로 180%를 건설할 수 있지만 향후 재건축 대상 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150% 이상이거나 단지 규모가 적어 주민들의 추가 부담금이 많은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 재건축 규제책

정부 규제책과 달리 재건축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에 따른 재건축 규제 방안이다. 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도정법)에 따라 지역내 재건축, 재개발 주택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기본 조사를 실시해 231개 단지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 추진 일정 등에 대한 부문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주민공람에 들어간 정비예정 구역은 올 4, 5월쯤 시의회를 통과한 뒤 실시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정법의 주요 골자는 기존 용적률이 3종은 280%→230%로, 2종은 250%→220%로, 1종은 180% 이하로 낮아진다는 것. 공원이나 도로 등 주변 공공시설에 따른 인센티브를 최고 50%까지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향후 재건축 단지 사업성이 떨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연한도 1984년 이전 준공의 경우 현재도 추진이 가능하지만 84년 이후에 건립된 아파트는 안전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노후 불량 해당 연도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85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1년이 지날때마다 산정 기간이 늘어나 90년 준공 아파트는 준공 후 29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시·도에서 기본 계획을 수립 중인 도정법에 따르더라도 지방 도시의 재건축은 상당한 규제를 받게 되는데 정부가 또다른 규제책을 내놓아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투기 지역이라도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수도권과 지방은 분리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책이 미칠 파장

정부의 재건축 규제책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지방 대도시 적용에 있어 무리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재건축 규제책의 골자는 △개발부담금 부과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연한 연장 △시·군·구의 사업승인권 환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핵심 사항인 개발부담금 부과는 근본적으로 개발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만큼 대구 등 지방 도시에는 부과가 어렵고 부과액수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성 CMC 김 대표는 "서울 강남의 경우 재건축에 따라 수 억 원의 차익이 발생하지만 지방 도시에서 재건축에 따른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노후 단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 이익 산정 자체가 무의미한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북구 복현주공 4단지의 경우 16평을 가진 조합원의 무상 지원금은 1억2천800만 원 정도로 33평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추가로 7천700만 원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최근 급등한 땅값 상승분과 조합원들의 대지 지분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할때 조합원 지분 평가액이 무상 지원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재건축 연한 연장도 이미 도정법이 실시중이어서 정부가 지침으로 이를 바꿀수 없어 국회통과 등 절차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데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40년으로 묶기에도 현실적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80년 후반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40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전에 지어진 5층 이하 저층 아파트는 배관이나 난방 등에 있어 유지·보수비가 많이 드는데다 도심 슬럼화의 우려도 있어 일괄적으로 재건축을 규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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