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정부가 앞으로 30년간 3조3천억 원을 들여 경주를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표류하면서 경주시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이 아니어서 정부의 재정지원도 불투명한데다 지난 2년간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고 올해서야 용역비 40억 원이 지원됐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시행되고 있는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지난해와 올해 3천억 원을 지원받았고 수원성벽쌓기에는 1조4천억 원의 총 사업비중 이미 3천억 원이 지원된 것에 비하면 경주는 철저하게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번드르한 껍데기 국가시책사업에 경주는 병들어 가고 있다.
◆문화재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는 조 단위
10년전 경주중심가인 황남·황오·탑정·노동·노서·동부·서부·성건·인왕동에 살던 주민수는 10만여 명이었으나 그동안 3만여 명이 신흥주거지인 황성·동천동, 현곡·금장 등으로 옮겨갔다. 옛시가지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건물 증·개축이 힘들고 주거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옛 시가지의 부동산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거래도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신흥주거지의 부동산은 값이 급등한 반면 옛시가지 땅은 10년전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되레 후퇴했다. 이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은 7만여 명, 손실금은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실련 이상기 전 공동대표는 "국가가 경주도심의 일부를 문화재보존지역으로 묶어 기형적으로 변했다"며 "자유경쟁 논리에 의해 도심상권이 바뀐 타 도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1980년 인왕동 구 교육청 부근 대지 80평, 건평 30평 짜리 주택을 평당 300만 원에 구입한 손모(71)씨.
인근 반월성과 첨성대 등이 좋아 성건동에서 이사했으나 후회막급이다. 문화재보존구역으로 묶여 평당 100만 원, 집을 포함해 8천만 원이 시세다. 당시 평당 10만 원하던 신흥주거지 황성·동천동 땅값은 40∼50배가 뛰었고 현곡·금장은 평당 5만 원에서 100배가 오른 것과 비교할 때 손씨의 부동산가치는 25년 사이에 최소 반토막 내지 20% 수준으로 폭락한 셈이다.
구시가지 주택가는 물론 노동·노서·성동동 등지의 상가도 마찬가지. 평당 수천만 원대에 이르던 중앙상가가 50% 수준으로 폭락했고 많은 상가들은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 곧 시행될 '고도보존특별법'에 따라 상가지역이 역사문화환경지구로 묶인다는 소문이 돌면서 거래마저 끊긴 상태다. 10평짜리 옷가게 주인 이모(54)씨는 "평생 모은 돈 2억 원으로 10년전 점포를 마련했는데 지금은 1억 원에도 안팔린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고분군 문화재보존지구로 묶인 쪽샘지구(1만8천여 평) 등 사유지 매입비로 325억여 원을 들이지만 보상가는 평균평당 100∼120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흥주거지의 8년된 아파트가 평당 400만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대지 70평짜리를 팔아도 20평짜리 아파트도 살 수 없는 형편이다.
상가도 마찬가지. 노동동 옛시청사 옆 30평형 3층 상가 건물을 가진 임모(53) 씨는 최근 시로부터 시세와 한달 영업수익을 감안한 2억4천만 원 보상 통보를 받고 "금장의 신축아파트(49평) 분양가가 2억6천만 원"이라면서 "알토란 같은 상가가 아파트 한채 값도 안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경주시는 옛시가지 일대 문화재보호구역내의 사유지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이 지역 슬럼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역사·문화도시'만들기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각종 규제는 강화돼 부동산 시세는 떨어지고 시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진다.
경주·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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