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관·경찰청장 첫 인사청문회 한계 드러나

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5명의 장관과 1명의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곳곳에서 한계를 보였다.

장관과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를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청문위원으로 나선 여야의원들도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여당의원들은 솜방망이 질문으로 후보자를 감싸기에 급급했고 야당의원들도 한건주의 폭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면서 국회가 임명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개정 법률안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 "하루만 넘기면 된다"=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때 전혀 딴 사람으로 착각될 정도였다. 평소 조롱하고 조소하는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단정한 차림새로 고분고분한 답변 태도를 보여 청문회장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각종 의혹을 총동원해 공세를 폈지만 유 후보자의 답변태도 때문에 공세를 이어가질 못했다. 자신을 '잡티투성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심지어 "다수가 반대하면 (장관을) 안하는 게 낫다"고 하는 등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이같은 제스처도 청문회가 갖는 맹점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루만 넘기면 된다는 인식 때문에 가식적 변화에만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각종 의혹제기에 대한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답변태도도 여전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도하게 '편협했던 과거탓'만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고 김우식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땅은 샀지만 부동산 투기는 아니다"며 강변했다. 제한된 질문시간을 얼마나 잘 넘기느냐가 후보자들 최대 관심거리였던 셈이다.

◆의원들 질문도 한계=여당 의원들은 예의 솜방망이 질문으로 일관했고 야당의원들도 한계를 보였다. 물론 유시민 후보자의 국민연금 미납을 물고늘어져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잣대'를 제시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의 경우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특히 통일외교통상위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날 이종석 후보자 사상검증에 '핏대'를 세운 것과 달리 이튿날 청문회에는 전원 불참해 버렸다. 이 후보자 자질검증을 위해 이틀간의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자기 주장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후보자 보호에 앞장서는 여당의원들은 더욱 가관이다. 모 의원은 국민연금 미납과 관련해 "법은 위반했지만 고의는 아니다"는 유시민 후보자 답변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 제도 자체를 문제삼기도 했다. 이 의원의 경우 후보자 방어를 위해 과잉충성한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 보완도 시급하지만 의원들 자질 역시 시급히 보완돼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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