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의 연예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 붐을 이루면서 증시에서 연예인들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인기 영화배우가 주가조작 스캔들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유명 영화배우가 회사 설립 문제로 인한 코스닥 상장사와의 분쟁으로 법정 공방에 직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영애 사태 둘러싼 진실게임은= 코스닥 상장 PVC 전문 제조업체인 뉴보텍[060260]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이영애씨의 오빠 등 가족과 공동으로 ㈜이영애라는 회사를 설립해 이씨와 관련된 스타마케팅 사업을 해나가기로 했다며 설립 회사에 66%의 지분을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와 현 소속사는 '사기극'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씨측은 뉴보텍을 사기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등 법적인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뉴보텍은 8일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영애의 오빠와 협의를 거쳐 사업 제안서를 상호 교환했다"며 "사업 방향은 향후 협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씨의 오빠 등 가족이 이씨나 소속사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이씨의 전 매니저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다 마찰이 발생했을 것이란 추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보텍은 지난해 12월 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관련 업체인 엔브이티엔터테인먼트에 10억원 출자,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이씨의 전 매니저인 백남수씨를 회사 임원으로 영입했다.
관련 업계에선 세부 정황을 차치하더라도 전체적인 구도는 인기 스타를 이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도모하려던 뉴보텍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낳은 결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5천원대에 머물던 뉴보텍의 주가는 최근 2만원대로 불과 1개월여만에 4배 가까이로 급등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기 시작한 전날부터 급락세로 돌아서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연예인과 주가의 함수 관계 = 지난해 증시 활황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테마가 맹위를 떨치면서 인기 연예인과 주가의 함수 관계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하나의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 상장사가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하거나 장외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진입할 경우 그 자체가 강력한 주가 부양의 재료가 되고 여기에 인기 연예인까지 가세할 경우 파급력은 배가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은 평균 주가 상승률이 350%를 넘어서는 등 코스닥시장 테마들 중 가장 강력한 '약발'을 자랑했다.
지난해 우회상장을 통해 골프공 제조업체에서 종합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변신한 팬텀[025460]은 지난 한해 주가가 40배 가까이 치솟아 코스닥 종목들 중 최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젠네트웍스[038500]는 지난해 말 신생 연예기획사인 로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며, 최근 유상증자 실권주 배정에 영화배우인 정준호씨를 참여시킨 데 힘입어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연예인 코스닥行 지속될 듯 = 이 때문에 '연예인 효과'를 노려 영화 배우나 가수 등의 이름을 내세워 공공연하게 주가 부양에 나서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주가 조작 사건에서까지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지경이다.
영화배우 하지원씨는 지난해 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DVD 제작 유통업체인 스펙트럼DVD를 통해 우회상장할 당시 지분 인수에 참여한 뒤 10억여원의 차익을 챙긴 것과 관련, 주가 조작 가담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았다.
하씨의 소속사인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랜드[037320]를 통해 우회상장했다.
이밖에도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대장격인 팬텀이 지난해 11월 시세 조종 혐의로 대표이사와 대주주가 검찰에 고발되는 등 주가 조작설에 휘말린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으로 볼 때 비슷한 사례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텐트 제조업체인 반포텍[036260]은 지난해 말 스타엠엔터테인먼트와의 주식 교환 후 영화배우 장동건씨를 지분 참여시켰으며, 콘솔게임업체인 세고[053320]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연예매니지먼트 사업 진출과 함께 연기자 차인표, 신애라씨 등을 주주로 영입했다.
또한 직물 수출업체인 호신섬유[016040]는 가수 이효리씨의 소속사인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와 합병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조식품 업체인 라이브코드[037630]는 올 초 탤런트 최진실씨의 소속사인 엔터박스미디어그룹을 인수하고 개그맨 출신 전문 MC 신동엽씨가 대표로 있는 DY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 유명세 쫓다간 위험..투자 주의 = 최근 증시의 조정 분위기 속에서도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인기배우 문근영과 김태희씨가 소속된 나무엑터스는 모회사인 엘제이필름이 통신장비업체인 이노츠[017170]를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상장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가수 성시경씨의 소속사인 뮤투엔터테인먼트는 알루미늄 기물업체인 남선홈웨어[069470]를 통해 우회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도 우회상장이 점쳐지는 곳들이 많다.
그러나 자칫 연예인들의 유명세만 쫓아 투자에 나섰다가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경우 우회 상장한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기업의 건전성 여부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는 데다, 사업의 특성상 기복이 심해 합리적인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확대되는 한류 열풍과 IP TV(인터넷 TV),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등 뉴미디어 콘텐츠의 수요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 규모와 내용 면에서 검증된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들에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문별한 사업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도 지극히 불안정하다.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이 단연 돋보였지만 최근 조정장에서는 낙폭도 두드러져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테마주들이 올들어 시장 평균 하락률을 훨씬 웃도는 평균 30% 수준의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을 했다거나, 소속 연예인이 누구다라는 식의 묻지마식 접근은 심각한 투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을 가려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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