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가산면 정월 대보름 이색 풍속

칠곡군 가산면 석우 2리. 이곳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이면 '화봉 소금단지 묻기'행사를 갖는다. 유난히 화재가 잦았던 석우리에 한 도사가 나타나 "정월보름날 소금재 꼭대기에 달이 뜨면 소금단지를 묻고 "화봉에 불이야"를 외치고 소원을 빌면, 마을에 불도 막고, 아들 못 낳는 사람은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 유래다.

소금단지 묻기 행사는 격년제로 마을 앞산 화봉산 정상(해발305m)에서 열린다. 올해는 정월보름인 12일 오후 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추어 시작된다. 제관과 보조자가 달이 떠오르면 짚단에 불을 붙여 흔들며 "화봉에 불이요!"를 크게 세번 외친다. 그러면 마을에서는 주민들도 "화봉에 불이요!"를 세번 따라 외친 후, 지어둔 달불집에 불을 붙이고 농악놀이와 달집태우기 등 본격적인 놀이를 한다. 올해는 조상들이 즐겨해온 윗동네 석적마을과 아래쪽 신방마을 주민들이 횃불싸움도 재현할 계획이라 더욱 이채롭다.

소금단지를 묻는 제관은 아들을 낳기를 희망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 마을 박규택(60) 이장은 "제관으로 참석해 소금단지를 묻고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어 대구 등 외지에 살고있는 사람들도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딸셋을 둔 40대가 소금단지 제관을 지낸후 아들을 낳았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화봉 정상에 묻어 두었던 소금단지를 파내 깨뜨려 버리고 새로운 소금단지를 묻었지만 3년전부터는 정상부분에 소금단지 탑을 만들어 탑안의 소금단지만 교체하고 있다. 돌탑은 마을주민 유수열(63) 씨가 아침 등산을 다니면서 주변의 돌들을 모아 탄탄한 탑을 쌓았다는것. 특히 올해는 칠곡 문화원에서 세시풍속의 맥잇기의 일환으로 조상들이 해온 '화봉 소금단지 묻기'행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해 새로운 볼거리가 될 예정이다.

행사문의 칠곡 문화원 (054)974-0450.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 칠곡 가산면 석우리에서는 정월보름날 세시풍속으로 '화봉 소금단지 묻기' 행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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