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음제로 위장' 인터넷 마약 거래 확산

인터넷 약국은 향정신성 의약품 판매…단속은 '걸음마'

히로뽕이나 엑스터시 등 마약류가 최음제로 위장돼 인터넷 카페나 채팅사이트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으나 단속은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인터넷을 활용한 마약 거래는 2000년 1건이 적발된 이후 2001년과 2002년 각각 3건, 2003년 2건, 2004년 7건, 2005년 8건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카페를 통한 마약 거래가 28%로 가장 많았고, 사이트 게시판을 통한 광고(24%)와 인터넷 채팅사이트 개설(19%) 등도 적발됐다.

관계당국은 해외의 마약거래조직이 기존의 중간판매책을 활용한 1대 1 방식의마약 거래 외에 네티즌을 상대로 한 인터넷 거래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검거의 손길은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팔다가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관계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속 사례를 보면 국정원과 검·경이 작년 5월 국내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크래톰' 등 환각식물을 '음악감상용 식물'로 속여 판매한 일당을 적발했고 10월에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마약을 팔아온 마약사범 27명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마약거래조직들은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도리(엑스터시)', '작대기(히로뽕)' 등의 은어로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 카페를 만든 후 개설·폐쇄를 반복하며 마약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히로뽕으로 제조한 마약을 최음제로 속여 구매를 유혹하는 광고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하고 '인터넷 약국' 등 불법 의약품 판매사이트 운영업체는 마약성분이 함유된 향정신성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마약판매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마약을 구입했다 단속기관에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마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을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도 법망을 피할 수 없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상 마약을 구입했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의 주문과 접수,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한 배송 등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수법이 워낙 치밀해 국정원과 검·경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범죄정보센터 관계자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개별적으로 전자메일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신원 파악이 어렵고 마약조직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마약거래사이트 주소를 수시로 바꾸고 있어 판매루트 추적도 힘들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마약거래 사이트가 발견되면 해당 국가에 사이트 폐쇄를 즉각 요청하고 있지만 오프라인과 달리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마약사범 검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