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선 중간집계 결과 재차 반미( 反美) 정권 수립 가능성이 커져 미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직 대통령 축출 2년 만에 실시된 아이티 대선이 최소 4명의 사망자를 내면서도 우려됐던 대규모 폭동사태 없이 종료한 지 하루 만인 8일 중간개표 결과 르네 프레발(63) 전 대통령이 70% 이상의 득표율로 확고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약 20곳의 투표소 집계 결과 프레발 전 대통령은 75%의 득표율을 올렸고, 주요경쟁자인 전 대통령 레슬리 마니가(75)와 사업가 출신 샤를 앙리 바케르(50)는 각각10%, 3%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프레발 전 대통령은 아이티 최고 부촌으로 평가되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교외 페티온빌 지역 투표소의 개표결과에서도 상당한 득표율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선거 당국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프레발 전 대통령은 2년 전 미국의 압력을 받아 망명길에 오른 해방신학자 출신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과는 '민주화 동지'와도 같은 관계에 있다.
젊은 시절 벨기에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프레발 전 대통령은 장 클로드 뒤발리에 부자의 30년 독재정권이 종말을 향해 치닫던 70년대 중반 아이티로 돌아와 당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과 본격 합류했다.
90년 아이티 첫 민주선거에서 당선된 아리스티드가 이듬해인 91년 9월 군사 쿠데타로 망명길에 오르자 자신도 그 뒤를 따랐다. 이후 3년 뒤 미군 개입으로 권좌에 복귀한 아리스티드가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에 묶이자 그의 공식 후계자로 출마해 당선, 1996-2001년 대통령을 지냈다. 조용한 말투에 내성적인 성격의 프레발 전 대통령은 아리스티드가 과거 군부세력 중심의 반정부 봉기사태로 2004년 2월 말 두 번째 망명길에 오를 때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프레발은 2001년 이후 아리스티드 두 번째 집권기간 세계은행 등 지원하에 이뤄진 지역 경제개발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했다. 아리스티드는 반대자들로부터 온정주의와 부패의 온상으로 공격받았지만 빈민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빈민층은 이른바 '아리스티드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프레발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특히 프레발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될 경우 아리스티드의 귀국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시 아리스티드 망명 과정에서 미군이 물리적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강력 제기돼 한동안 아이티에서는 반미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었다. 반면 아리스티드 강제축출에 앞장섰던 과거 군부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부 출신들은 지난 95년 아리스티드에 의해 군이 강제해산된 데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아직도 불법무장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군부출신들은 2004년 6월 이후 주둔해온 유엔 평화유지군의 무장해제에 응하지 않았으며 과거 수차례 인권유린 사건을 자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아이티 대선이 큰 폭력사태 없이 무사히 치러진 것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화해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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