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권 경제통합' 논의 왜 불붙었나

인구 1300만명 넘고 물류 인프라 탄탄 '최적 조건'

최근 대구·경북지역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대구경북 경제통합론을 넘어 '초광역 공동체' 개념인 영남경제권 형성 논의가 불붙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의 광역 경제권과의 경쟁을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광역경제권 형성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지방도시들의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에서 국제공항 건설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광역경제권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영남경제권 형성의 필요성 및 현황, 추진 계획 등을 알아본다.

▧영남경제권 왜 필요한가

중국과 EU의 급부상으로 세계 경제는 북미경제권, EU권, 동북아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동북아경제권도 중국 상하이, 일본 간사이(關西),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극동), 수도(서울)권 등으로 경제 블록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들어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단일경제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 경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복수경제권 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년)에 나타난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북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 제주도 등 기존 '7+1 경제권역'을 수도권과 중부경제권(강원·충청권), 호남경제권, 영남경제권, 제주도 등 '4+1의 경제권역'으로 개편하고, 공간개발 구상의 재편을 통해 자립형 지방화와 지역 간 상생을 촉진하는 '다핵연계형 국토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남경제권의 경우 권역 내 각 지자체별 지역전략산업이 중복됨에 따라 상호 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략산업의 상호보완 및 연계를 통해 영남권 전략산업 벨트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정인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은 "향후 국가경쟁력은 국토 공간구조 속에서 지역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전망인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공간단위 규모는 인구 1천만 명 이상"이라며 "상하이, 교토-나라-오사카, 나고야 등 광역화되고 있는 각국 경제권과 맞서 경쟁하기 위해선 영남경제권 형성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광역경제권 인프라 갖춰져 있나

영남경제권의 총면적은 3만2천248㎢로 전국의 32%에 이른다. 인구도 1천325만 명(200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27%, 총생산도 187조 원(2003년 말 기준)으로 전국 28%를 차지하는 등 인구나 면적, 생산액 모두 단일경제권을 형성하기에 적절한 규모다.

또 산업단지는 모두 157개(2003년 말 기준)로 국가산업단지가 14개, 지방산업단지 40개, 농공단지 103개 등이며 입주업체 수는 9천662개에 이른다. 권역 내 자동차, 메카트로닉스, 바이오, 문화관광, 물류, R&D 등의 분야에서 공간적 분업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만큼 분업과 협력을 통한 하나의 경제권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교통·물류 인프라도 이상적이라는 평가. 영남경제권엔 고속도로 10개, 일반국도 14개, 공항 2개, 항만 5개, 철도 9개, 고속철도 등이 갖춰져 있는 등 내륙 및 해양 교통의 요충지다. 실제 영남권 산업단지는 경부, 중앙, 구마, 대구~대동, 통영~대전, 88, 대구~포항, 남해고속도로 등 남북 및 동서 간 격자형 도로망으로 연결돼 공간적인 연계성이 아주 높다. 특히 고속도로의 경우 영남경제권을 통과하는 수가 무려 26개에 달한다.

따라서 현재 대구·경북은 철도와 도로 등 내륙 교통의 중심지로, 중심도시인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할 때 △대구·경북은 연구개발(R&D) 및 인적자원개발, 비즈니스 서비스 기능을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부산은 지역 금융 및 물류서비스 기능 △울산·경남은 자동차·기계 등 전통 제조업과 IT기술을 결합한 지식기반생산 기능을 맡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영남경제권 어떻게 형성하나

영남경제권 전체의 경제 협력과 공간적 분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영남지역 광역경제권 통합이 필수적이고 제도적 장치 마련과 인프라 개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논의 중인 대구·경북 경제통합에서 출발해 부산·울산·경남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대구경북경제권협의회에서 나아가 영남권 공동 발전을 위한 '영남권 광역경제권협의회'를 구성해 영남권 초광역 발전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인프라 및 인적 자원의 상호 연계를 강화해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영남경제발전청(YEDA;Yeongnam Economic Development Agency)'을 설치, 자율적이고 실천적인 영남경제권 경제발전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수도권에 대응하는 영남권 차원의 첨단산업클러스터를 조성, 거점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미~대구~부산(경부고속도로) 및 포항~대구~마산·창원(대구~포항 및 구마고속도로) 간 IT산업클러스터(불가사리형 벨트)와 대구~경산~포항~경주~울산~부산~창원·마산~고령~현풍 간 MT산업클러스터('O'자형 벨트), 진주~대구~안동~울진~부산으로 연결되는 BT 산업 클러스터('역U자'형 벨트), 안동(유교문화권), 경주(불교문화권), 고령(대가야문화권)의 내륙 역사문화자원 및 부산·남해안·동해안의 해양관광자원 등 문화자원과 IT산업 벨트를 연결한 CT산업 클러스터 등 'MCBIT 산업벨트'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이들 산업벨트의 경우 공간적으로 근접해 있고 기능적으로도 연계성이 아주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또 영남권 중추관리도시인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서비스산업을 육성, 경쟁력을 강화시킨 뒤 경북·경남지역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등 '두 개의 축 체계(two-pole system)'를 구축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각계 전문가들은 영남경제권에서 생산된 첨단산업 제품의 수출과 영남권의 글로벌화, 물류기능 강화를 위해 영남경제권 5개 광역시도가 함께 이용하는 허브 공항으로서의 '영남(동남)권 신국제공항'은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남경제권 형성의 선결과제

영남 광역경제권 형성을 위해서는 대구·경북경제권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이 단일 경제권이라는 인식 공유와 함께 대구경북경제권협의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또 각 지자체 간의 공동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지역민들의 배타적인 의식을 깨뜨리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자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창용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사무국장은 "영남권 전체의 통합 비전에 부합하는 역할 분담 및 전략 수립과 함께 행정구역을 초월하는 각 산업 간 효율적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둬야 한다"며 "영남경제권의 경우 혁신환경이나 역량, 잠재력은 양호하지만 구심점 역할이 부족해 혁신성과가 미흡한 만큼 혁신주체 간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혁신체계와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