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수록 약되는 한방상식-(14)와사풍, 비염

◆와사풍(안면신경마비)

와사풍은 입이 돌아가는 병이다. 얼굴이 마비되어 한쪽 눈이 감기지 않고 말하거나 웃을 때 입이 비뚤어진 것이 드러난다. 과거 차가운 다듬이돌을 무심코 베고 잤다가 얼굴이 마비되어 와사풍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거나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잠을 자다 입이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찬 것, 습한 것에 얼굴이 직접 노출되어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일 대신 놀라거나 겁을 먹어 마음이 움찔해진 경우, 심한 스트레스로 울증이 생긴 경우, 심사가 뒤틀려 화가 많이 난 경우 등이 와사풍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심약한 여고생이 급우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잠을 잤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입이 돌아갔거나 바쁜 일정으로 심신이 피로한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얼굴이 마비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찬 것, 습한 것도 얼굴을 마비시키지만 감정의 동요로 얼굴 생명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신경이 둔해지고 마비된다.

따라서 치료방법도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병의 부위가 얼굴이고 비교적 얕은 신경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얼굴과 낙맥(비교적 가느다란 신경 혈관)에 작용하는 약이 처방된다.

또 얼굴이 식어져 습한 상태이므로 얼굴을 데우고 습기를 녹이는 약도 써야 한다. 초조하고 애를 많이 쓴 사람의 경우, 부족한 진액을 돋우는 약이 필요하다. 맥이 가라앉은 사람은 원기를 돋우는 약을 먹어야 한다. 위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흔히 얼굴이 상기되거나 붓는 것처럼 위장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원인별로 처방을 잘 내면 대게 한 달 정도면 완치가 가능하다. 심신이 피로한 상태든지 신경이 허약하고 마음이 복잡한 사람에게는 침을 이용한 치료 효과는 별로 없다.

◆비염

코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바깥 공기에 자극되어 코에 염증 반응 등이 나타나는 것이 비염이다. 한의학적으로 비염은 크게 맑은 콧물이 나오는 경우와 누런 콧물이 나오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맑은 콧물은 호흡기가 식어서 발생한 염증이 원인이고 누런 콧물은 호흡기에 열이 생겨서 발생한 염증이 원인이다.

호흡기 문제발생은 원기가 약하거나 외기에 엄습당해 찬 공기가 몸 조직을 감싼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기운이 약해진 사람의 경우 찬바람을 쐬면 코 안 조직이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해 염증이 발생, 맑은 콧물이 나온다.

바깥 공기, 먼지, 꽃가루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알레르기 비염에 걸려도 재채기와 함께 수시로 맑은 콧물이 수시로 흘러나온다. 알레르기란 정상적인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물질에 대해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특이한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경우 염증을 없애고 원기를 돋우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황기, 인삼, 석창포, 백부자 등이 주로 사용되는 약재다. 중지로 코 양쪽을 아래 위로 수시로 문지르면 도움이 된다.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비염이 발병하기도 한다. 코는 호흡기에 속하지만 위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는 경락(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자리인 경혈과 경혈을 연결한 선)상으로 위장에 속하기 때문. 위장 활동이 좋지 못해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염증이 발생한다. 이럴 때는 보통 누런 콧물이 나온다. 따라서 위장을 잘 다스리는 일도 중요한 치료과정이 된다. 주로 귤껍질(귤피), 복령, 황백 등이 처방된다.

이경달기자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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