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학생·교수 신뢰 구축부터

각 나라마다 교육제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영국의 대학제도를 단편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섣부를 지 모른다. 한국 대학교육에 대한 직접적 평가보다는 영국 대학제도를 살펴보면 한국대학에 많은 시사점이 있으리라 본다.

두 나라간 고등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케 하는 동기유발 요인이다. 한국에서 대학진학은 절대다수가 취업을 위한 수단이지만 영국에서 대학진학은 학문이 중심이고 취업은 차후 문제다.

영국 중등과정 학생들은 16세가 되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16세까지 의무교육을 받은 뒤 직업을 원하는 학생은 학교를 떠나고, 학업을 계속할 학생들은 GCSE(중등교육 일반증서)를 위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대학을 가려면 다시 2년 동안 학교에 더 머물면서 A-Level(Advanced-Level)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AS-level(중등A급단계)과 A-level로 나뉘어져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첫해에 수강하는 AS-level의 결과를 반영, 선택에 따라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다. 평가결과가 대학수강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A-level도 좋을 것을 가정, 조건부 대학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영제국 대학 등은 A-level에서 모두 A를 맞더라도 입학을 장담할 수 없다. 학생들은 아주 엄격한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A-level 시스템의 장점은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거나 관심있는 과목만 공부하면 되는 점이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대학의 인문학 학생들은 공개강좌를 수강해야 한다. 이 강의는 전문가와의 1대 1 강의다. 강사는 유명한 교수가 될 수도 있고 전문과정을 마친 대학원 학생일 수도 있다. 학생들은 반드시 수필을 제출해야하고 전문가와의 토론을 거쳐 평가를 받은 뒤 다시 학기말에 시험을 본다. 캠브리지의 경우 1학년 때는 예비시험을 거쳐 매년 1,2차 및 최종시험을 본다. 예비시험에서 통과/낙제로 평가받은 뒤 통과자는 5등급으로 나뉘어지는 시험을 본다. 대학원에 가려면 최소한 1,2등급을 받아야 한다.

중세부터 발달한 옥스퍼드나 캠브리지와 달리 19~20세기에 설립된 대학들은 과목을 등록, 학점을 취득하고 학위를 받아 졸업하는 한국대학이나 미국대학과 비슷하다. 영국 학기제는 의과 대학(5년제)과 외국어 대학(외국에서 1년 더 수학)을 제외하고는 3학기 3년 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대학들은 매 학기 모든 과목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아야 하고 이것으로 그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되다보니 학생과 교수로서의 학문적 신뢰관계가 적고 학생들은 시험을 취업수단, 극단적으로 말하면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

한국의 모든 대학교육은 졸업 후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습득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학문을 선택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이클 핀치(계명대 한국학 연구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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