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모두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어 온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특히 큰 위협에 처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소득 불평등도의 심화,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의 심화,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등이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우선 출산율이 2명의 부모 사이에서 평균 2명의 자녀가 태어나는 것이 기본 요건일 것이다.
미국의 출산율이 2.0명이나 되고 북구 여러 나라나 프랑스 등이 한때의 저출산 위기를 넘기고 1.7명 이상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출산율 1.16명은 정말 가공할 수치이다. 사고와 질병, 해외 유학, 이민 등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숫자가 매 30년마다 반씩으로 줄어들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때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아 수가 백만 명을 넘은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45만 명도 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줄여온 대학의 입학 정원이 아직도 60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것만 보아도 이미 벌어진 괴리가 얼마나 심한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은 지난 20여 년간 보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예산을 지원했으나, 초기 실제 출산율 증가는 미미했다.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장시간 근무와 자녀 양육을 고려하지 않는 고용문화, 성차별적인 문화 등 기업의 노동환경이 주된 이유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 사회가 기업의 근로여건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으며, 2005년 4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의무화한 가족친화기업제도에서는 남성의 돌봄 노동 등이 새로운 해법으로 대두되었었다.
우리 사회도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미 선진국들의 사회친화적 기업제도나 이웃나라 일본의 가족친화 기업제도 등을 국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좋은 일자리 부족과 장시간 과로문화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각한 과로와 산업재해 해소가 선결과제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 비해서도 약 25% 이상 초과하는 세계 최고의 과로사회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들이 많은 가족친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룰 수가 없다.
우리나라 직장에서의 초장시간 근로(연간 2천390시간:일본대비 25%+, 유럽대비 50%+ 장시간 근무)는 연간 9만5천 명의 산재 사고자와 약 3천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켜 그 산재손실금액이 연 14조 원에 달해, 노사분규에 의한 경제적 총 손실 2조4천억 원에 비해서 무려 6배나 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산업재해는 개인을 불행하게 함은 물론이고, 그 가족과 자녀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아픔과 고난을 세습시켜, 가정파괴와 경제 사회적 양극화의 희생자가 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의 극복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직장에서의 과로 해소와 일자리 나눔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지속가능사회는 인간존중의 경영, 혁신경영과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이들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확보해주고, 가정친화적 문화가 뿌리 내리는 데는 '생명과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인적자원 혁신에 의한 고부가가치의 창출, 지식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기업문화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각 업무분야에 따라 생산직의 4조 교대제, 사무직의 시차 출퇴근제, 영업직의 현지 출퇴근제 등을 실시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어 가정과 직장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직장 내 평생학습과 지역사회 참여가 활성화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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