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도연, 김지운 감독 1인 시위 이어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영화인들의 1인 시위 다섯번째 주자로 배우 전도연과 김지운 감독이 나란히 나섰다. 각각 여배우와 감독으로서 첫번째 주자다.

두 사람은 9일 오후 1시부터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각자가 작성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대회가 열린 전날에 비해 다행히 한결 날씨가 풀린 가운데 이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시위에 임했다.

애초 이들은 '1인 시위' 규정에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위를 할 예정이었으나 몰려드는 시민들과 언론으로 인해 나란히 서서 시위를 진행했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폭력 시위도 아니고 얌전히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인만큼 간격을 두지 않고 나란히 서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겠습니까? 우리의 문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선 전도연은 기본적으로 '침묵시위' 입장을 밝혔다.

"여배우로서 시위에 나서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그는 '침묵시위'의 이유에 대해 "스크린쿼터의 정당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지만 제가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묵 시위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결심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전도연이 말을 아낀 대신, 함께 시위에 나선 김지운 감독이 '저격수'로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의 스크린쿼터는 세계 148개국이 인정한 문화적 자존심입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왔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주권이 흔들리는 사태를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영화인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정부의 처사는 굴욕외교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는 것에 대해 국민 한사람으로서 허탈감을 느낍니다."

그는 이어 "(영화인들을) 한류 문화의 주역이라 생각하다가 스크린쿼터 문제가 불거지자 밥그릇을 챙기는 집단으로 보는 처사와 풍토에 분노하게 됐다"면서 "배우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배우들에게 옆에서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왜적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서 문화주권을 지키자는 시위를 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며 웃은 김 감독은 "스크린쿼터가 공정한 경쟁을 위축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축구단과 동네 조기 축구단을 경쟁시키겠다는 논리와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배우가 꽃이라면 스크린쿼터는 뿌리와 토양이다. 뿌리와 토양이 없는 꽃은 죽은 꽃"이라며 "한국영화인들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장에는 약 300-400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었으며 배우 최민식, 차태현, 안성기 등이 응원차 방문했다. 특히 최민식은 전도연의 옆에 서서 스크린쿼터에 대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10일에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배우 한 명과 조를 이뤄 1인 시위에 나선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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