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워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의지대로 안되는 걸 알면서도/ 의지대로 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 마주 앉은 것만으로 행복하고/ 서로의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사람이 있습니다// 내 것으로 허락한다면/ 누구보다 더 아껴 주고 싶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딜 가든 주머니 속 사랑이고픈/ 그렇게 가까이 두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여류시인의 '주머니속 사랑'을 읽으면서 '과연 주머니 속에 잘 간직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역설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지난 연말 아내의 생일선물 반지를 자선냄비에 넣은 한 40대 실직자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비록 떳떳하지 못한 아빠와 부끄러운 남편으로 살고 있지만, 그는 "주머니에 동전 하나 없어도 가족의 울타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했다. 그리고 "어렵게 사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봄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원하며 반지를 내놓았다"고 했다.
이 실업자 가장이 간직한 사랑과 행복은 정녕 주머니 속의 것일까. 사실 행복이란 주머니에서 나오면 멀리 달아나 버릴 것 같고, 사랑이란 누구나가 주머니 속에 잘 간직해야만 할 것 같은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어느 날 옷을 갈아입으면서 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꺼내 보았다. 지갑과 열쇠뭉치, 그리고 손수건과 동전 몇 개, 이어서 나온 도장과 안경닦이 수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 휴대전화기 등등….
쭈욱 한 곳에 일렬로 놓아보니 결코 적잖은 물건들이다. "이게 다 내 주머니 속에서 살고 있었구나." 어린 시절 겨울철에 옷을 한 군데 벗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내복에서 바지, 티셔츠, 두터운 외투까지 그야말로 한 무더기였다.
"참 많이도 걸치고 다녔구나. 내가 저렇게 많은 옷을 입고 다녔다는 것인가. 어째서 내 몸은 저 옷들을 무거워하지도 않았을까." 그렇다면 사람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상념과 지식들을 모두 한 군데 꺼내 놓으면 그 부피가 얼마나 될까.
한 줌밖에 안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집채만할까. 많은 물건들을 간직해온 내 주머니는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을 지니고 있는 내 머릿속은 또 내게 얼마만한 사랑을 가져다 주었는가. 신태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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