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평 규탄' 대규모 군중집회

이슬람圈, 시아파 聖日 아슈라 맞아…파키스탄·아프간선 수 십 명 死傷

마호메트 풍자만평으로 서방세계에 대한 격한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는 이슬람권이 9일 시아파 성일(聖日) 아슈라를 맞아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만평파문을 확산시켰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이었던 탈레반과 이란의 무슬림학자 단체가 만평 파문의 당사자들에 대한 징벌을 선언해 만평파문이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과 아프간에서는 시아파를 겨냥한 공격이 발생해 아슈라가 피로 얼룩졌다.

◇대규모 군중집회 =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시아파가 장악한 이라크와 시아파 신정국가인 이란을 비롯해 레바논,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이날 대규모 아슈라 행사가 열렸다. 레바논에서는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아슈라 기념행사를 주도해 만평파문을 일으킨 서구를 규탄했다. 현지 경찰은 베이루트에 모인 군중 규모를 40만명으로 추산했지만, 헤즈볼라는 7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는 집회연설에서 "오늘은 말과 시위로 하지만 필요하다면 피를 뿌려 예언자의 존엄을 지킬 것"이라며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서방세계는 이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덴마크 대사관에 대한 방화공격이 있은 뒤 폭력자제를 호소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시리아와 이란이 만평파문의 배후에 있다고 공격했다. 이와 관련, 나스랄라는 "우리의 예언자와 신성한 가치가 모독당할 때 용서하거나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쪽을 편드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은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남부 테헤란에서 열린 아슈라 행사에 참석해 "유럽인들은 너무나 미약해 우리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며 유럽은 생존 유지대책을 궁리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27주년을 맞는 11일 정부 주도의 대규모 군중집회를 다시 열어 마호메트를 모독하고 핵 문제로 자국을 압박하는 서방세계를 규탄할 예정이다.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권 국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슬람권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아슈라 행사가 열리는 사원 주변에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슬람 과격세력 보복 위협 등장 = 탈레반은 마호메트를 모독한 덴마크 만평가에게 금 100㎏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파키스탄의 AIP 통신이 9일 보도했다. 탈레반 최고 사령관인 물라 다불라는 "누구든지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불경스런 만평'을 그린 당사자를 살해하면 100㎏의 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덴마크와 노르웨이, 독일 군인을 죽이는 사람에게도 무조건 5㎏의 금을 제공하겠다"며 만평 파문이 불거진 이후 자살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지원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란의 영향력있는 시아파 학자 집단인 '쿰 신학교 학자 협회'는 협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신성을 모독하는 만평을 규탄한다"며 만평을 신문에 게재하고 이를 지지한 사람들은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처벌 수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 성명에 따라 만평을 그린 작가 등에 대한 테러에 나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란은 1989년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악마의 시'를 썼다는 이유로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에게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툴라 호메이니 명의의 종교칙령으로 사형을 언도한 바 있다.

◇유혈 사태 잇따라 = 이란과 레바논 등지에서는 아슈라 행사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파키스탄과 아프간에서는 유혈사태로 발전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생겼다. 파키스탄 북부에서는 이날 아슈라를 기념하는 시아파 무슬림들을 겨냥한 2차례의 폭탄공격이 발생해 최소 27명이 숨지고 수 십 명이 다쳤다.

또 마호메트 만평에 대한 반발시위가 사흘 간 계속됐던 아프간에서도 아슈라 행사를 치르던 수 백 명의 시아파 군중이 수니파와 충돌해 최소 4명이 죽고 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지 보안 관계자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돌로 시아파를 공격한 것이 충돌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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