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천 '삐걱대는' 한나라

심사위원장'발뺌'위원자리엔'군침'

지역 정가는 한나라당 공천 작업이 '밀실 공천' 단계를 밟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벌써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천심사위원장은 서로 맡지 않으려는 반면 공천에 이해관계가 직접 걸려 있는 심사위원은 서로 맡으려고 과욕을 부려서다.

◆'심사위원장은 싫어'=한나라당 대구시당은 내주 초 구성키로 한 공천심사위 일정을 위해 당초 이번 주 안으로 공천심사위원장을 뽑기로 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서로 안 맡겠다고 손사래다. 결국 3선 이상 의원 중 한 명을 위원장으로 내정해야 할 판이라는 것.

하지만 이것도 녹록지 않다.

3선의 박종근(달서갑) 이해봉(달서을)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국회직을 맡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장 출마를 하지 않는다면 이한구(수성갑)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안택수 시당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모두가 안 하려고 하면 누구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시당은 14일 대구의원들 간담회를 통해 공천심사위원장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경북도 지난 2일 경주에서의 의원 워크숍에서 권오을 경북도당 위원장과 3선 이상 의원 중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나 지금껏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권 위원장은 10일 "내가 굳이 위원장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뒤에서 공천 탈락자들을 어우르며 후유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오을(안동) 이상득(포항남·울릉) 이상배(상주) 임인배(김천) 의원 등 전·현직 도당위원장들이 모여 심사위원장을 재선급 의원에게 맡기기로 협의했다. 전·현직 도당위원장들은 우선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을 낙점했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공천심사위원장에 오르기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공천 부작용 부담이 결국 심사위원장에게 넘겨지기 때문에 의원들이 서로 손에 피를 안 묻히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심사위원은 내가 먼저'=의원들이 심사위원장은 서로 맡지 않으려면서도 심사위원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뭘까? 지역 정치권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지방선거 당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의 경우 내주 초 도당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9~11명을 구성할 예정이며 공천 이해관계가 큰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그 비율을 최소화하거나 최대 3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공천심사를 '맡고픈'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의원들이 심사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당도 마찬가지다. 시당은 11명의 공천심사위원을 구성키로 잠정 결정했고, 국회의원들의 공천심사위 참여 수는 2명으로 한정키로 했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공천심사 참여 의사가 커지면서 국회의원 4명, 외부인사 6명, 당직자 1명 등으로 공천심사위원이 짜여질 공산이 크다.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은 "공천에 참여하는 지역구 의원들이 많을수록 공천은 투명·공정게임이 아닌, 밀실게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종규기자 김병구기자

사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책임 있는 심사를 당부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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