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의성) 이봉걸(안동) 등 대구·경북이 낳은 걸출한 씨름스타의 명맥을 이태현(30) 선수가 이어가고 있다. 천하장사와 올해의 선수(MVP)를 3번씩 차지했고 한라·백두급까지 합쳐 40여 개의 황소 트로피를 받았다.
그런 그가 요즘 씨름 부흥을 위해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열악한 씨름 환경을 개선하고 이종격투기 열풍 속에서 토종 스포츠를 지켜낼 전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하장사에 처음 등극한 지난 1994년을 잊지 못한다. 1시간 30분에 걸쳐 12판을 치러낸 결승전에서 승리한 그는 '바로 이런 맛 때문에 내가 지금껏 고생을 했구나' 하는 짜릿한 승리감을 맛봤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상승세가 이어지자 짜릿함은 곧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승리에 도취된 정신이 깨어날 즈음부터 천하장사 이태현이 있어 씨름이 있는 게 아니라 씨름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깨달은 것.
하지만 그의 각성은 늦어버렸다. 이미 인기없는 전국의 프로씨름단은 해체됐고 자신이 속해 있는 현대만 달랑 남았다. 한때 몸담았던 청구가 해체될 때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당시만 해도 씨름 부활을 위한 해답을 찾지 못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씨름을 위해 내가 할 일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게 됐다. 최근 중국과의 씨름 교류가 있었는데 '보도 듣도 못한' 씨름 기술을 접한 중국인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씨름으로 또 다른 한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지금 그는 세계적 스포츠로 씨름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 중이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본격적으로 씨름 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그래서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종격투기 에이전시들의 '조건 좋은' 무수한 제의도 뿌리쳤다. "형, 나 내일부터 다른 것 할려고…" 하면서 난데없이 전화한 최홍만 선수에게 "최고가 되라"고 격려했던 그였지만 차마 자신은 씨름을 버리지 못했다.
유혹이 있을 때마다 대구가 힘이 됐다. 처음 천하장사에 등극할 때 의성고 동창들이 처음으로 모여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해태에게 진 삼성 야구팬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그래도 씨름에는 이태현이 있다"고 목청 높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
지금의 이 선수를 키워낸 아버지 힘도 컸다. 대구방송(TBC) 기술국에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이용진 씨)가 없었다면 그는 지금 구두닦이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스파르타식 훈련이 너무 힘들어 그만 두겠다고 할 때 아버지가 "사내가 그런 것도 못 참으면 이거나 하라"며 던져주신 구두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는 했다.
몸무게 4.9㎏, '동급 최강'으로 낳아준 어머니도 고맙기 그지없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데 3년 전 비행기 승무원과 결혼해 인천 공항 신도시에 살고 있어 맘처럼 쉽지 않다. 역시 '동급 최강'인 아들 승준이를 볼 때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쌓인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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