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 나서면 사고불안에 떨어

인도 턱 높아 도로 주행…사고 보상규정 없어

뇌성마비 장애인 오동석(34·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늦은 밤 전동휠체어를 타고 귀가하던 중 차와 부딪친 것.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왜 도로로 다니느냐"는 운전자의 고성에 오씨는 마음의 상처까지 입어야 했다.

오씨는 "인도 턱이 높아 전동휠체어가 올라설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다니다가 벌써 4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속상해했다.

정부가 저소득층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전동휠체어를 무상 지원하면서 대구시내에만 수천여 대가 다니고 있지만 이동에 필요한 도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신 교통수단'에 대한 법적근거도 없어 사고가 났을 경우 보상받기도 힘들다. 노인들의 신 교통수단이 되고 있는 전동스쿠터도 마찬가지 상황.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 대구 지역 장애인보장구 급여건수는 863건. 모두 12억3천214만 원이 지급됐다. 전동휠체어가 285건, 전동스쿠터는 578건. 여기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무상 지원한 전동휠체어 126대를 포함하면 지난 한해에만 무려 1천여 대의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보급된 셈. 대구시는 올해도 6억 원을 지원하고 있어 수천 대의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운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ㅇ의료기기 전문업체 노동용 과장은 "지난해 4월 이후 전동휠체어 판매가 20% 이상 늘어났다"며 "요즘도 1주일에 10건 정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조모(67·달서구 두류동) 씨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로 요리조리 피해가다 보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전동스쿠터는 도로교통법상 2륜 자동차로 분류돼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자동차로부터 수시로 위협을 받고 있다.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대구지부 김재천 교수는 "전동휠체어는 보행자로 간주되고 있지만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불법주차에다 턱까지 높은 인도를 피해 도로로 내려서고 있으며 결국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대구시 지체장애인협회 정순택 팀장은 "비록 전동휠체어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긴 하지만 작은 충격에도 조정기를 조작하는 신체 부위가 멀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라고 돈까지 주는 상황에서 법규도, 도로 인프라도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제2, 제3의 장애를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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