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염증환자에 항생제 쓰지 말라고?"

▨의료계 반발

보건복지부의 항생제 처방률 명단이 공개되자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기관으로 분류된 병·의원들을 중심으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염증성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을 경우 항생제 처방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지역별 병원과 환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잣대 적용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기 등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공개를 강행한 것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생제 처방률이 높아 의료계의 적극적인 개선 동기를 유발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국민의 알권리도 신장시켜 주어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외래 환자의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약 60%로 미국 43%(1999년), 네덜란드 16%(2000년), 말레이시아 26%(2002년)에 비해 약 1.5~4배 정도 높은 실정. 항생제 처방률은 내원 환자 중 항생제 처방이 발생된 환자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세계 여러나라에서 항생제 사용 평가를 위한 지표로 활용 중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개원의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상기도감염의 경우 항생제 사용은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고 내성만 키우므로 권장되지 않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항생제 내성균 등장으로 국민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점을 감안, 항생제 사용을 계속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25% 의원 명단을 공개했던 보건복지부가 높은 병·의원까지 발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함에 따라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항생제 처방률 자료가 해당 기관 전체 항생제 사용실태가 아니며 종합전문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 급성상기도감염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 진료 실태를 잘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 이와 함께 질환별 특성 등을 고려해 의료계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점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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